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북한과 대화를 중단한 것이 오히려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점에서는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대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로 딴소리하는 것을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년간 나의 신조는 항상 개입하고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으며, 우리는 항상 상황을 앞서 주도하고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주 전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은 국제 핵 안전 기준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없는 광대한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핵탄두를 30개 혹은 50개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 현지 지도 당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주문한 점이 무엇을 의미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대화를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매우 신중하고 외교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핵 안전 문제가 가능한 대화 주제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로시 총장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비칠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제재를 가해왔는데, 핵무기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총괄하는 수장이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의 밀착을 가속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 외무부 웹사이트를 통한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비핵화 개념을 '종결된 문제'(closed issue)로 보고 있다며 IAEA의 북핵 결의안에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