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급종합병원 중증 중심 '대전환' 착수…3년간 10조 투입

2027년 말까지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내달 2일부터 신청 접수
중증진료 비중 現50→70% 목표…일반병상은 수도권 중심 최대 15%↓
"전공의 규모 축소 아니다"…다기관 협력 모델 통한 '수련 내실화'에 방점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환자 대응 중심 병원'으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구조 전환에 들어간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50%에서 70%로 끌어올리고 경증·중등증 환자가 사용하는 일반 병상은 최대 15%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필수의료 행위의 고질적 '저수가 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해 중환자실 및 4인실 이하 입원료를 현행 대비 50% 가산하는 등 6700억 원을 투입한다. 고위험·고난도 수술 수가 등도 대폭 인상하는 등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3년간 총 10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형병원 '적합질환' 정의하고 중증진료 '70%'로 끌어올린다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소아 응급실 관련 안내 배너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안은 전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고된 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대대적 개편을 의미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의대 증원과 함께 현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내달 2일부터 의료기관들의 신청을 받아 시범사업 형태로 대형병원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참여 희망 병원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5대(진료·진료협력·병상·인력·전공의 수련) 혁신 이행계획서'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사업 추진방향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대상기관을 선정한다. 이후 목표한 혁신 계획을 달성하는 만큼 수가·인센티브 등의 지원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우선 정부는 앞서 밝힌 대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현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병원별로 환자 비중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중증 비율이 낮은 병원은 꼭 70%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증가 성과를 내면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를 집중적으로 봐야 할 대형병원의 본래 기능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을 최초로 정의한다. 상병에 따른 수술·시술 종류를 기준으로 삼아 '중증' 구분 대상이 제한적이란 지적이 제기된 현행 중증환자 분류체계도 손본다.
 
가령 중증에 속하는 상병이 아니어도, 연령이 높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합병증 우려가 있어 2차급 이하 병원에서는 실질적 치료가 진행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예외기준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현 분류체계상으로는 뇌졸중 등도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원사업에선 △고령·복합질환 등의 이유로 2차급 진료협력병원에서 의뢰된 환자 △중증·응급 상태(KTAS 1~2등급)로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환자 △같은 질병이어도 일반 성인보다 치료가 까다로운 소아환자 등을 '중증'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궁극적으로는 단순한 상병 종류를 넘어서 환자의 개별적 상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분류기준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중증 분류체계 혁신 태스크포스(TF)'도 곧 출범시킬 예정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료과목 간 균형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도록 과목별 환자 비중 등을 세밀하게 살피고 그 범위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진료 위한 전문의뢰제 마련…"전공의, 의미있는 수련 받게 할 것"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 병원 간 유기적 협력도 강화한다.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에서 '환자 중심'의 협력관계로 전환해 최상의 적시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의뢰·회송 틀을 깨고,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사이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을 공유하며 '패스트트랙'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뢰제'를 마련·강화할 계획이다.
 
대형병원이 수도권 분원 등 과도한 규모 확장에 나서기보다, 의료 질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반병상도 축소한다. 지역과 병상 수준,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에 따른 '수도권 쏠림' 해소 등을 감안해 수도권은 10~15%(서울 허가병상 1500개 이상 기관은 15% 적용), 비수도권은 5% 수준으로 감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동시에, 중환자실과 격리병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권역외상센터 등 꼭 필요한 병상은 감축대상에서 제외해 경증진료량을 줄여 나가면서도 필수적 진료기능은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적합한 인력 구조로 전환하겠다"면서도, 당초 공언한 대로 전공의가 의사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낮출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시범사업 논의 단계에서는 현 40%에서 20%까지 줄이는 방안이 언급됐었다.
 
대형병원 구조 전환이 곧 '전공의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의료체계라기보다는, 전공의 수련을 내실화하기 위한 목적이란 점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단장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공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다기관 협력 수련 모델을 통해 전공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공의가 '수련다운 수련'을 하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연간 3조 3천억 원, 3년간 총 10조 원의 건보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필수의료 강화 등을 위해 2028년까지 10조 이상 건보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과는 별개의 지원이란 설명이다.
 
먼저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는 현행 수가의 50%인 일당 30만 원, 2~4인실 입원료는 현행 대비 50% 수준인 7만 5천 원을 가산해 총 6700억 원을 지원한다.
 
저평가된 중증수술 인상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실시되는 910개의 수술 수가와,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 동반 인상하는 데에도 3500억 원을 들인다. 두경부암과 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과 심장·뇌혈관 수술 등의 고난도 수술,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비율이 높은 수술 등이 해당된다.
 

年3.3조 원, 3년간 총 10조 투입…"의료개혁, 선택 아닌 필수"


 
브리핑 하는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 연합뉴스

당국은 아울러 올 2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비상진료' 체계에서 효과가 일정 입증된 중증·응급진료 지원항목과 관련, 시범사업 지원수가로 반영한 후 정식 제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각각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응급센터 내원 후 24시간 중증·응급수술 가산 1500억 원 △24시간 진료 지원 7300억 원 △전담전문의의 중환자실·입원환자 관리료 3천억 원 등이다.
 
또한 연 3조 이상의 지원액 중 30% 가량(1조원)은 현 행위별 수가제를 벗어나, 중증환자 진료비중 및 병상감축 등의 이행성과를 평가해 차등적으로 보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는 2027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병원별로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연말 이후까지 신청기간을 넉넉히 둘 예정이다. 참여 병원에 대한 실제 지원은 내년 1~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6년 지급될 전망이다.
 
정 단장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고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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