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의 '두 국가론'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 대해 "통일에 대한 가치와 지향은 헌법정신에 남기고 미래 세대에 넘겨주자는 것이 헌법정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토조항 문제(헌법 제3조)나 통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헌법 제4조), 이런 부분은 남을 텐데 이게 헌법학자들 사이에도 많이 논의됐던 내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헌법에) 영토 조항을 넣은 것도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하면서 북진 통일을 주장할 때 넣었던 건데, 이미 국제법하고는 정면충돌을 한다"며 "그리고 대통령의 책무(통일 정책 수립)를 넣은 것도 유신헌법하면서 넣은 걸로 알고 있는데 내부적 정당성 확보가 훨씬 컸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길게 보면 그런 헌법정신과 제 의견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가자고 하더라도 이 평화 기반이 확고하게 조성되지 않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또 "통일은 비현실적이고 현재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이제는 걱정하고 달가워하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며 "그러면 이걸 갖고 계속 대한민국 내부에서 치고받고 논란을 하고 남북 간에 갈등을 일으키다 보니까 한 발도 평화가 진전이 안 되니 유보하자"는 견해를 밝혔다.
통일론을 유보한 뒤 당분간 자유 왕래가 가능한 평화적 두 국가 상태로 살면서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자는 얘기다.
'이런 화두를 왜 특별히 이 시점에 던졌는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지금 가장 평화가 위험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 전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공공연하게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거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며 북한 정권과 윤석열 정부를 '거의 쌍둥이 격'이라고 칭했다.
그는 "양쪽이 서로 주적이라 부른다. 대화하지 않는다. 군비 증강한다. 날마다 날선 말들을 쏟아낸다"면서 "쌍둥이들한테 이런 표현을 제가 잘 안쓰는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가장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에 대해 "우리 당 입장과는 다르다. 헌법 정신에 위배되고 당 강령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평화통일의 정치적 합의와도 배치된다(이해식 대표 비서실장)"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