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2만여 명의 아기가 새로 태어나고 1만 8천여 부부가 탄생, 전년동월대비 증가율 기준으로 각각 12년, 28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완화 직후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혼인의 영향이나 워낙 낮았던 전년 통계에 따른 기저효과 등 요인으로 추세 반전을 논하기엔 이르고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지난 4~5월 이후 주춤하는가 싶다 반등한 7월 수치 자체는 고무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를 정책 효과로 보긴 어렵고 인구구조상 한동안 증가세가 유지되더라도 다시 줄어들 여지가 있다면서도, 개선세를 이어갈 정책 안정성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출생아 수는 2만 601명으로, 전년동월 1만 9085명보다 1516명(7.9%) 늘었다.
출생아 수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이 7.9%를 기록한 건 2012년 10월 9.2% 이후 최고치다. 계절적 영향을 고려해 7월만 놓고 보면 2007년 7월 12.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출생아 수 증가율은 2015년 11월 3.4%를 끝으로, 같은 해 12월 -2.4%로 감소하기 시작해 81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거듭했다. 2022년 9월 0.1% 반짝 증가하나 싶었지만, 그 뒤 18개월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올해 4월 2.8%로 반등에 성공, 지난 5월에도 2.7%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월인 지난 6월 다시 -1.8%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이번에 다시 반등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인구라는 건 원래 한 번에 쭉쭉 오르는 게 아니라 한번 주저앉고 약간 흔들렸다 올라가고 내려올 때도 그렇다"면서 올해의 출생아 수는 증가세에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 이러한 추세가 생각보다는 조금 오래갈 수도 있겠다"며 "한두 달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최소 1년 정도는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증가율이 첫 반등한 4월 출생아 수는 1만 9049명, 5월 1만 9547명, 주춤했던 6월(1만 8242명)을 지나 2만 명대까지 올라섰다. 8월부터 12월까지는 지난해 한 번도 1만 9천 명대를 넘어선 적이 없었을 만큼 출생아 수도 적고 전년동월대비 증가율도 최저 -14.7%까지 곤두박질쳤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올해 반등 분위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출생아 수 증가 배경으로는 단연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된 2년 전부터 미뤘던 결혼이 늘어난 데 따른 일종의 기저효과가 꼽힌다. 통상 결혼하고 2년 뒤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 2년 전 혼인 증가율 반등이 올해 출생 증가율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1년 결혼이 급감한 뒤 출생아 수는 2022년은 2021년보다도, 또 지난해엔 2022년보다도 출생아 수가 적었다.
통계청 임영일 인구동향과장은 "출생아 수가 늘어난 거는 아무래도 혼인이 선제가 되는 부분이 우리나라는 있고 출산은 평균 2년 정도 뒤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2022년 8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혼인이 늘었던 영향이 출생으로 이어지는 부분이어서 아직까지는 출생 증가를 정책적인 효과로 볼지는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혼인 건수 증가율을 바탕으로 출생아 수 증가율을 추산하면 향후 변동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동안 마이너스로 저조했던 혼인 건수 증가율은 2022년 8월 6.8% 늘어 8개월간 증가하다 지난해 4월 -8.4%로 돌아선 뒤 등락을 반복하며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올해의 경우 혼인이 저조했던 2, 3월을 제외하면 1월 11.6%, 4월 24.6%, 5월 21.6%, 6월 5.6%에 이은 7월 32.9%로 높은 증가세가 유지된 점은 변수다. 혼인 건수가 32.9% 증가한 건 1981년 월 단위 통계를 작성 시작 이래 7월 기준으론 처음이고, 다른 달까지 놓고 봐도 1996년 1월 50.6% 이후 최고치다.
이상림 연구원은 "지금 정부가 정책을 안정적으로 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벤트성 정책으로 호들갑 떨자는 게 아니라 청년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금 나오는 출산·육아지원금을 1년 뒤 출산한 부부도, 그해 자녀를 계획해 이듬해 출산한 부부도 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과 신뢰다.
출산·육아기 반짝 단축근무보다는 주 40시간 노동으로 퇴근 후 가사와 자녀를 돌보는 생활 패턴 지속이, 일시적인 정책대출 공급을 통한 집값 급등 기대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사교육비 문제만 봐도 특정한 정책 하나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교육개혁을 요한다.
이 연구원은 "1990년대생이 혼인과 출산을 하는 인구로 진입하는 지금 결혼을 할지, 아이를 낳을지 고민하는, 일종의 '경계선'에 있는 청년들이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정책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1980년대 산아제한정책 이후 매년 60만~70만 명이 태어났던 1990년대생 인구가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출생아 수가 연 40만 명대로 떨어지기 시작하며 '초저출산국가'로 분류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합계출산율 1.3명부터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한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가장 최신 통계인 올해 2분기 기준 0.7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