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내놓은 보건복지부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여건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두고 "낸 돈(보험료)보다 연금을 적게 받을 일은 없다"며 '자동 삭감장치'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했다.
정부는 최소한의 급여 보장을 위한 '연금액 인상 하한선'을 뒀다는 점을 들어 미래세대 부담 완화를 위해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네 번째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안에 부정적인 의견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자처하며 이 같이 밝혔다.
자동조정장치는 앞서 지난 4일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한 정부가 재정 안정을 위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장치다.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연금액, 수급연령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메커니즘이다.
현재는 국민연금법상 매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이 오르고 있는데, 기대여명 증가 등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게 되면 자연히 '받는 돈'이 깎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물가 상승과 연동되지 않는 급여는 사실상 '삭감'으로 봐도 무방하고, 가장 큰 피해는 청년들이 입게 될 거란 주장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조정 대상은 '연금 인상분(分)'이기에 전년도 연금액보다 인상되도록 설계될 거란 점을 강조했다. 적용 변수로는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변화 등을 언급했다.
이 차관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연금액이 20% 깎일 거라고 주장한 데 대해 "3년 평균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여명 증가율 등 기본적인 추계 방식은 (정부와) 같을 것"이라면서도 여기엔 정부가 추가로 대입한 '인상률 하한선(0.31%)'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0.31%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고소득층도 최소한 '낸 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게' 설정한 인상률 수치다.
이 차관은 '세계 최고수준의 연기금을 쌓아놓고도 재정 안정에만 골몰한다'는 일부 비판을 의식한 듯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자동조정장치를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가 늘거나 혹시라도 기대수명이 주는 경우엔 (연금)재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반대로) 역전되는 추세"라며 "(OECD 가입국 등) 선진국의 70% 정도가 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조정장치는 앞서 2014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에도 검토됐지만, 다소 복잡하다는 지적 때문에 5년간 기존수급자 수령액 인상을 안 하는 쪽으로 (결정)됐다"며 "자동조정장치 도입 자체가 우리 후세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확한 도입 시기는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복수의 도입시점을 제시한 정부안에서 가장 이른 예상 시행 시기는 2036년이었다.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세대별 갈라치기'란 비판이 잇따른 '세대별 보험료 차등인상'에 대해선 "이미 세대 간 기여와 혜택이 좀 다르다"며 "보험료 부담과 급여 혜택의 세대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연금제도 초기에 가입한 기성세대들은 '덜 내고 더 받는' 혜택을 누려왔지만, 현재의 2030세대는 앞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금을 수급하게 되는 형평성 문제를 짚은 것이다.
가령 '보험료율 6%·소득대체율 70%' 시절(현재는 각각 9%·42%)을 지나온 50세(1975년생)는 정부 구상대로 보험료를 더 급격하게 올려도 생애 평균으로 환산하면 내는 돈이 9.6%. 받는 돈은 50.6%가 된다는 계산이다.
반면 20세(2005년생)는 생애 평균 보험료율이 12.3%, 소득대체율은 42%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세대 분류 기준에 따라 경계구간에 있는 가입자들은 단 한 살 차이로 생애 보험료를 최대 150만원 더 내야 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제도 설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4개 연령에서 역전이 발생했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