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인도 돌진 막을 수 있었나…한 달 전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지난달 확대 지정됐지만 표지판 등 시설물 설치 미뤄져
예산 확보 문제로 절차 늦어져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구청 어귀삼거리에서 인도를 덮친 벤츠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김혜민 기자

부산 해운대구에서 승용차가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한 달 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담당 지자체의 예산 확보 문제로 안전 시설물 설치가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부산 해운대구와 해운대구의회 등에 따르면 차량 돌진 사고로 사망 사고가 난 해운대구청어귀삼거리 일대는 지난달 21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운대구는 지난 7월 인근의 한 초등학교로부터 어린이보호구역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접수했다. 학교 측은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대 도로를 통행로로 이용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구는 경찰과 현장조사 등을 거쳐 부산시에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지정 신청을 했고 지난달 21일 일대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정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이나 방호울타리 등 교통 시설물은 설치되지 않았다.
 
구는 추가 경정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느라 절차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사고 지점이 지난달 어린이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됐던 건 맞지만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는 예산 문제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추가 경정예산은 통과된 상태"라고 말했다.
 
교통시설물 설치가 늦어지는 사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구가 안전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윤정 해운대구의원은 "어린이보호구역에 교통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안전 관련 문제인 만큼 예비비 등을 사용해 바로 조치했어야 한다"며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학령인구가 늘어나며 일대 등하굣길이 위험하다는 민원이 많았다. 구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12일 해운대구청 어귀삼거리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벤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인근을 지나던 70대 여성과 60대 남성 등 행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12일 부산 해운대구청 인근 도로에서 70대가 몰던 벤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화물차를 들이받은 뒤 행인을 덮쳐 2명이 숨졌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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