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박순관 대표 등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아리셀 화재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아리셀 상무 등 관계자 6명과 법인 4곳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박 대표 등은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지난 6월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 사고를 유발, 23명을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아리셀 관계자들이 안전보다는 이윤을 추구하고, 사고 징후를 경시했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결론내렸다.
아리셀은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는 모기업 에스코넥에 종속돼 있는 구조로, 두 회사의 대표는 모두 박순관 대표다. 에스코넥은 아리셀 설립 당시 50억원을 투자한 이후 매년 차입금을 지급해 운영자금을 마련해줬다. 에스코넥이 지금까지 아리셀에 보낸 차입금은 155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아리셀은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하고, 담당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관리자가 퇴사한 뒤에도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전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직원을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자로 임명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아리셀은 또 비용 절감을 위해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파견 받아 공정에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리셀이 생산하는 리튬 전지는 발화성이 강하고, 화재 시 큰 불로 번질 수 있지만 안전교육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전지 생산공정에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아리셀 측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화재 이틀 전인 지난 6월 22일 공장 제조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전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다수의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고 적재해 연쇄 폭발을 야기했다고 봤다. 그 결과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에 있던 벽을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면서 화재 시 대응이 어렵게 됐다. 또 비상대피로로 향하는 일부 출입구에 잠금 장치를 설치하고, 정규직에게만 제공되는 ID카드로만 해제할 수 있게 하는 등 대피경로 확보도 부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또 2021년 전지를 군납할 때부터 미리 선정해 봉인해놓은 샘플 시료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품질개선을 주장하며 생산을 반대한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회유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 공보관 황우진 부장검사는 "이 사건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더 앞세운 경영방식과, 극도의 안전불감증, 위험의 외주화 인명경시 행태, 기술력 부족을 감추기 위한 품질검사 결과 조작 등으로 발생한 최악의 참사"라며 "향후에도 검찰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