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를 맡았던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졌다. 대주주는 명의를 도용해 1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최소 20억 원 이상의 회사 공금을 해외로 송금했고, 강다니엘 계좌에까지 손을 뻗쳤다. 대주주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고, 소속 아티스트에게 갈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썼다. 그러느라 긴 공백기를 보냈다. 이를 "강제 휴식"이라고 표현한 강다니엘은 "곪아갔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강다니엘이 본업인 '가수'로 돌아왔다. 전작인 미니 4집 '리얼라이즈'(REALIEZ) 이후 1년 3개월 만의 신보다. 시련을 겪고 한층 단단해진 내면을 '연극'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이번 앨범명은 '액트'(ACT)다. 강다니엘은 앨범 발매 당일인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에게 그간 겪은 일을 담담하게 전했다.
전보다 부쩍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에 강다니엘은 3개월 정도 집 안에만 있었다고 밝혔다. "안 좋게 안 나간" 건 아니고, 밥을 하루 한 끼 먹고 게임만 했더니 13㎏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62~63㎏까지 빠졌다가 지금은 운동해서 찌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생에서 일을 안 했던 시절이 별로 없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강다니엘은 두 달 넘게 "생산적인 활동"을 안 하다 보니까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 활동이면서 좋아하는 일이었던 '가수'라는 직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는 "하고 싶어도 구멍이 안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앞이) 깜깜하니까 정말 곪아갔던 것 같다. 마음이 불안한데 해소할 수도 없고…"라고 부연했다.
하필이면 월드 투어를 다녀오고 나서 '강제 휴식'하게 됐다. 강다니엘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콘서트 이후의 공허함 이런 건 없는데 하필이면 제일 빛났던, 즐겼던 순간이 몇 개월 전이니까… 다시 한국에 돌아왔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저 자신이 엄청 비참하더라"라고 말했다.
괴로웠던 시간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강다니엘은 "음악을 정말 많이 다시 듣기 시작했다.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록에 빠졌다. 요즘 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가수들이 아닌, 옛날에 제가 미니홈피 배경음악 (설정)했던 가수들, 뮤즈(MUSE), 린킨 파크(Linkin Park)… 오아시스(Oasis) 재결합 소식과 라디오헤드(Radiohead) 컴백 소식은 정말 기뻤다. 그런 음악 들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 이런 것들이었지' 싶더라"라고 전했다.
'액트'라는 앨범명을 두고 강다니엘은 "'액트'는 연기의 의미도 있는데 한 막이라는 것도 있어서 나만의 음악이든, 크게 바라보면 인생이든 또 다른 막을 열어보고 싶어서 '액트'로 짓게 됐다. 언제부터 이번 앨범을 준비했는지 묻자 그는 "음악은 계속 만들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전달하고 싶은 얘기가 뭘까 하면서 앨범으로 묶으며 의미를 부여한 거지, 준비는 꾸준히 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Wanna One)의 우승자이자 센터인 강다니엘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유명 가수'다. 아직 강다니엘의 노래는 그의 이름보다는 덜 유명한데 이에 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저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곡은 앨범에 넣지 않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이름이 유명한 거지 제가 유명한 건 아니고, 지금도 그런 단계고 앞으로의 목표가 제 음악을 유명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좋아하지 않는 곡은 앨범에 싣지 않는다는 강다니엘. 이번 '액트'도 좋아하는 곡으로만 채웠을까. 강다니엘은 "물론 그건 당연하긴 한데 대중분들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준비한 것 같다. 은유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타이틀곡 가사가 그냥 들으면 사랑 노래이지만 저는 저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을 썼다"라고 소개했다.
모던 팝 알앤비 장르의 타이틀곡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는 독특한 셔플 그루브가 특징이다. 독특한 피치카토 멜로디 전개, 트랩 드럼과 신시사이저 베이스가 강다니엘의 빠른 보컬 리듬과 조화를 이룬 곡이다.
원래 '일렉트릭 쇼크'는 훨씬 단순한 구성이었다고. 강다니엘은 "맨 처음에 만든 버전은 피아노밖에 없었다.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하려면 비트가 좀 세야 하고 웅장함도 있어야 해서 그런 요소를 후반부에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음악 스타일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강다니엘은 "한국에서는 제일 팝 장르를 많이 섞는 가수라고 생각을 한다"라는 답을 내놨다. 어린 시절 열심히 들었다는 '록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는지 질문하니, 강다니엘은 "그런 스타일의 음악도 준비해 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어… 음… 아무리 그래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며 정말 10%밖에 안 남은 대중성마저 없애고 싶진 않더라. 그럼 너무 각박해지니까"라며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강다니엘은 "아마도 제 음악이 유명해지고 나면 그때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도 재미있게 받아주시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딥 하우스와 개러지 요소를 지닌 업비트 팝 EDM '컴백 투 미'(Come Back to Me)는 청하가 피처링했다. 강다니엘은 "제 파트를 녹음 다 한 다음에 무조건 여자 싱어(가수)가 들어가는 게 더 살고 이쁠 것 같은데 누가 좋을까 했다. 솔로 아티스트랑 작업하고 싶었다. 저랑 합을 맞춰본 적은 없지만 청하님 목소리가 좋으시니까 직감으로 (요청)했는데 너무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누군가에게 '아는 가수'이자 '좋아하는 가수'였어도 '액트' 앨범을 통해 '뭔가 새로워진 것 같다'라는 평을 듣고 싶다고, 강다니엘은 전했다. 가장 새로운 노래를 꼽아달라고 하자, 강다니엘은 "제가 항상 허스키한 목소리를 일부러 숨겨왔다. 노래 부를 때 갈라지는 게 예쁘지 않은 목소리라고 하니까. (지금은) 그게 오히려 저답다고 생각하니까 더 자연스럽다"라며 '컴백 투 미'를 골랐다.
자기 이름보다 노래가 더 유명해지길 바란다는 강다니엘은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하고 몰랐던 가수를 알게 된 일화를 전하며 "어, 이 노래 가수가 누구야?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바랐다. 이어 "숫자로 보이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냥 제가 몇 개 구독 눌러 놓은 음악 소개 채널에서 제 노래가 나왔으면 소원이 없을 거 같다. 그럼 저는 바로 '감사합니다' 하고 인스타 스토리 올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낸 곡 중) '아, 이 곡은 유행에 뒤떨어져' '이 곡은 너무 별로야' 싶은 게 없었어요, 딱히. 장르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있지만 제 곡이 '아, 너무 진짜 들어주지 못하겠다'라고 반응이 나뉜 적은 없어가지고 언젠가 재발견되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미니 5집 '액트'를 발매한 강다니엘은 본격 컴백 활동에 돌입한다.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내달 12~13일 새로운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