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인근에서 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두 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인근에서 올해만 8차례 땅꺼짐이 발생해 부산시가 감사까지 나선 가운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도로. 길게 이어지는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옆으로 도로 일부가 거대한 철판으로 덮여있다.
양쪽 길가에서 내려앉은 전봇대의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사이로 차량들이 도로 위를 끊임없이 지나간다.
이곳은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지난 21일 오전 8시 45분쯤 가로 10m, 세로 10m, 깊이 8m에 달하는 대형 땅꺼짐이 발생한 현장이다.
당시 도로가 가라앉으며 부산소방재난본부 배수 차량과 5t 화물차가 빠지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관 3명이 스스로 탈출하고, 뒤이어 싱크홀에 빠진 화물차 운전자도 무사히 구조돼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위치한 공장 직원들은 땅꺼짐이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근 공장 직원 장재호(52·남)씨는 "평소에도 대형 화물차가 지나다니면 땅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언제 사고가 날까 우려가 항상 있었다"며 "이 길로 항상 출퇴근하고, 자재를 실은 화물차도 다녀야 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싱크홀은 집중호우로 지반이 침식되고, 지하로 유입된 많은 빗물에 노후화된 배수관이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는 싱크홀이 취약한 지반구조와 상수도관 노후화, 기록적인 폭우, 도시철도 공사의 영향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정진교 부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이 지역은 매립지로 지반 구조 자체가 취약하고, 양쪽에 노후 상하수도관이 배치돼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될 수 있다"며 "도시철도 공사의 간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상황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에서는 올해들어 모두 8차례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만 3차례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시 관계자들은 이날 사고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다음 달 예정한 '사상~하단선 건설사업 특정감사'에서 땅꺼짐 현상과 공사의 연관성, 안전대책의 적절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시는 사고 인근 지역에 추가 계측기를 설치해 추이를 관찰하고, 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자체와 부산교통공사 등이 지난달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또 다시 대형 땅꺼짐이 발생하고 차량까지 빠지면서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땅꺼짐 이후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로 지반 아래 빈공간 등 땅꺼짐 위험을 조사했지만 판별할 수 있는 깊이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록적인 9월 폭우까지 쏟아지면 땅꺼짐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철도 공사를 진행하는 부산교통공사는 지난달 싱크홀 사고 이후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예방책을 마련하는 용역을 시행이라며, 시 조사와 용역 결과에 따라 예방 대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산시가 사고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 만큼 원인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형과 폭우 등 복합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