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프로 테니스 투어 코리아 오픈의 새 여왕이 탄생했다. 베아트리스 아다드 마이아(17위·브라질)가 7년 전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극적인 역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마이아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 오픈(총상금 100만 달러) 단식 결승에서 다리야 카사트키나(13위·러시아)를 제압했다. 1세트를 무기력하게 뺏겼지만 불굴의 투혼으로 세트 스코어 2 대 1(1-6 6-4 6-1)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7년 전 아쉬움을 털어냈다. 마이아는 2017년 이 대회 결승에서 당시 프랑스 오픈 우승자 옐레나 오스타펜코(12위·라트비아)의 기세에 밀려 우승을 내줬다.
개인 통산 4번째 투어 우승이다. 마이아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엘리트 트로피 이후 약 1년 만에 정상에 등극하며 우승 상금 14만2000 달러(약 1억9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특히 WTA 500 등급 대회는 첫 우승이다. WTA 500 등급은 4개 메이저 대회와 1년에 10번 열리는 WTA 1000 등급 다음 규모의 대회다.
마이아는 실력에 운까지 따랐다. 당초 이번 대회는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3위 제시카 페굴라(미국), 4위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8위 에마 나바로(미국) 등 강자들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상과 일정 등으로 톱10 랭커들이 모두 빠졌다.
전날 '더블 헤더'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겨냈다. 마이아는 우천으로 20일 8강전이 연기되면서 21일 4강전까지 하루 2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마이아는 4강전에서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44위·러시아)를 눌렀고, 앞서 8강전에서는 베로니카의 동생인 폴리나(163위·러시아)를 제압했다.
이날 결승에서 마이아는 1세트를 1 대 6으로 뺏겼다. 전날 8강전에서 카사트키나가 2021년 US 오픈 우승자 에마 라두카누(70위·영국)에 1세트 뒤 기권승을 거둔 체력적인 우위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마이아는 2세트 힘을 냈다. 강력한 스트로크를 코트 좌우 구석에 꽂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카사트키나도 사력을 다해 수비했지만 힘과 정확성에서 밀렸다.
기세가 오른 마이아는 게임 스코어 2 대 1에서 카사트키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다. 카사트키나는 다음 상대 서브 게임에서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았지만 브레이크에 실패하며 전의를 상실했다. 마이아는 키를 넘는 상대 로브를 끝까지 쫓아가 포핸드 위닝 샷을 때리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9000여 명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카사트키나는 1번 시드로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정상을 놓쳤다. 지난 2월 아부다비 오픈에서 마이아를 이긴 기세를 잇지 못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1승 3패로 밀리게 됐다.
7년 전과 현재에 대해 마이아는 "매년 우리 팀은 다른 경험을 쌓고, 달라지고 있다"면서 "7년 전에는 첫 결승 진출이었는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런 것들이 쌓여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마이아는 당장 다음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WTA 1000 등급인 차이나오픈(총상금 812만 달러) 출전을 위해 출국해야 한다. 그러나 마이아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오늘 밤은 코리안 바베큐(불고기)로 우승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도가니를 좋아한다"고 귀띔하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