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급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진정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추석 연휴와 대출 규제의 일시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금리 인하 결정의 발목을 잡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상승 추이가 꺾였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담대 증가, 역대 최대폭 8월 기록의 45%로 '뚝'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 869억원으로 지난달 말 725조 3642억원보다 2조 7227억원 증가했다.8월 한 달 가계대출 잔액이 9조 6259억원 늘면서 2020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의 27%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4조 1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급증을 주도한 주택담보대출은 19일 사이 2조 6551억원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이달 증가액은 4조원 규모로 8월(8조 9115억원)의 45%에 불과할 예정이다.
특히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주담대 신규 취급액 증가세도 멈칫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에서 19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 총액은 3조 425억원이다. 하루 평균 1601억원 수준으로 8월(2491억원)의 64% 규모다. 추석 연휴 사흘을 제외한 하루 평균도 1902억원으로 지난 3월(1944억원)과 비슷하다.
대출 규제+서울 아파트 급등세도 '주춤'…한은도 금리인하?
은행권은 이 같은 가계대출 둔화가 길었던 추석 연휴와 이달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은행의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구입 자금 대출 억제 등의 영향이라고 판단한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DSR 단계별‧만기별 대출금액 변동 내역을 보면, 2단계 스트레스 DRS 시행 후 은행별 한도는 4500~9300만원 축소됐다.
이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연봉 1억원인 금융 소비자가 다른 대출이 없는 경우,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다.
40년 만기 주담대 기준으로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1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때 8억 2150만원에서 2단계 시행 후 7억 2850만원으로 9300만원 감소했다. 이어 신한은행(6950만원), KB국민은행(6504만원), 우리은행(6480만원), 하나은행(5700만원) 등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11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며 고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누그러든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사이 0.16%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주(0.23%)보다 줄었다. 정부 기관 통계와 달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는 8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7월보다 각각 4.5%와 4.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금리 인하, 집값 잡기 더 어려워질 수도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주담대 증가와 부동산 급등세가 한풀 꺾인 것은 주말까지 닷새에 달하는 추석 연휴로 주택 거래와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주춤한 영향이라는 분석에서다.
또 미국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간 데 이어 대출금리마저 떨어지면 가계대출과 집값 상승을 잡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