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가려고 공업용 커터칼 들고…"강도로 날 신고해라"

대전지방법원 법정. 김정남 기자

지난 7월 새벽, 대전 중구의 한 편의점 앞길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남성에게 별안간 괴한이 공업용 커터칼을 들이밀었다.
 
길이 24㎝, 칼날 길이 7㎝의 커터칼을 든 괴한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다.
 
"강도로 신고를 해라. 편의점에서 강도짓을 했다고 신고해라."
 
"112에 신고를 해서 나를 교도소에 보내달라"는 요구였다.
 
이후 드러난 사실은 이랬다.
 
60대 남성 A씨는 사건 석 달 전 출소했다. 한 해 전 공용물건손상죄 등으로 징역형을, 형 집행이 끝난 뒤 다시 특수협박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형을 살다 나온 것이었다.
 
출소 후 노숙 생활을 하던 A씨는 또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도구로 쓴 커터칼은 자해할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자해할 용기가 나지 않자 그것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기로 한 것이라고 한다.
 
출소 넉 달 만에 특수협박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선 A씨. 대전지법 형사10단독 김태현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공업용 커터칼을 몰수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동종 범죄로 인한 누범 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거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출소 후 노숙 생활을 하던 중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정신적인 문제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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