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수입이 정부 추계보다 32조 원 안팎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했던 지난해 56조 4천억 원 결손에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과 지방교부금 미집행 등으로 '돌려막기' 했다가, 지방경제 위축 및 글로벌 경기불안 속 환율 대응력 축소 우려로 국회 등의 질타를 받은 바 있어서다.
22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를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올해 예산안 세수 추계는 367조 3750억 원이었는데, 여기서 32조 원 안팎의 결손이 예상된다.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 1천억 원이었는데, 올해 예산안에는 이보다 23조 2750억 원 많은 세수 추계가 반영됐다. 그러나 올해 1~7월 집계 기준 세수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8조 8천억 원 덜 걷혀 이대로면 32조 750억 원 결손이 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32조 원 세수 펑크 예상이 되느냐(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의에 "이대로 가면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는 2022년 국세수입 395조 9393억 원 실적을 바탕으로 2023년 세수를 400조 4570억 원으로 추계했다가 56조 4천억 원이란 '역대급 결손' 사태가 발생하자, 올해는 전년보다 33조 820억 원 적은 세수추계를 내놓았는데 이마저도 크게 빗나가게 된 셈이다.
결손분의 거의 절반은 법인세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수를 지난해보다 27조 3320억 원 줄여 77조 6649억 원으로 추계했지만, 지난 7월까지 법인세는 전년동기대비 15조 5천억 원 덜 걷혔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8월 재정부터 국세수입이 늘었다면 결손분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실제 6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동기대비 10조 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지만, 7월 들어 전년대비 부족분을 8조 원대로 좁히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국민 누구나 내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수입이 가계소비 둔화에도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전년보다 늘어 결손분을 그나마 메우는 추세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을 두 달 미룬 지난 7~8월 급등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거래가격을 볼 때 남은 하반기 양도소득세 수입도 크게 늘 수 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2개월 이내 납부한다.
결손 규모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건 정부가 세수 재추계 발표와 함께 내놓을 대응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당초 예산안 세수추계보다 59조 원 줄어든 재추계를 발표하면서, △외평기금 등 24조 원 △재정안정화기금 23조 원 △불용액 8조 원 △세계잉여금 4조 원을 활용하는 대응계획을 밝힌 바 있다.
외평기금 전용은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자 위기감을 초래해 큰 질타를 받았다. 외평기금은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에는 보유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원화 강세 시에는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여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는 기금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그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 당장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직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인상했던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시기인 데다, 유럽과 중동 전쟁 지속 및 미국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큰 시기다.
재정안정화기금 전용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보내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를 심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초 정부의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지방교부세(금) 감액은 지방정부에 불용(不用)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역시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이유지만,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수준 못지않게 정부부채가 국제사회의 경고를 받고 있어서다. BIS(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5.4%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로 집계됐다.
한편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에 이은 올해 결손에도 총선을 앞두고 1년간 중앙재정이 쓸 예산의 65%를 상반기 신속집행하기로 한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집행률도 63.6%(357조 5천억 원)에 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의 경우 세수결손 상황에서 재정의 신속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재정증권 발행 및 한국은행 일시차입 규모와 이자비용이 과거 대비 증가했고 올해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올해 상반기 세수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하반기 세수추세의 반전이 없을 경우 상당한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