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설립 100주년을 맞아 CBS가 특집 다큐멘터리를 마련했다.
20일 CBS에 따르면, NCCK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사회 운동 100년 역사를 재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백년'(연출 반태경PD)이 오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방송된다.
지난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NCCK는 기독교 신앙 전파만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 아니었다.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호흡하고,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애써온 까닭이다.
이에 따라 NCCK는 1960년대부터 산업 선교를 통해 노동 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분단 극복을 위한 민간 통일 운동에도 앞장섰다.
NCCK 전신인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는 기독교적 정신에 기반한 사회개혁을 위해 1932년 '사회신조'(社會信條)를 발표했다. 기본 인권 보장을 위한 차별 금지, 남녀 평등 그리고 노동 현장 개혁과 사회 보장의 필요성 등 그 당시로서는 내세우기 힘들 정도로 시대를 앞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로 사학자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기독교가 단순히 내세나 천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세 문제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실현돼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회신조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고난받는 이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던 NCCK
1937년 일제에 의해 해산된 조선기독교연합공의회는 해방 이후 NCCK로 재건된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한일 협정 반대 투쟁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삼선 개헌, 유신 독재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십자가를 본격적으로 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이 1973년 있었던 '남산 부활절 연합 예배 사건'이었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유신 헌법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최초의 사건인 '남산 부활절 연합 예배 사건'을 당시 주역이었던 고(故) 박형규 목사의 생전 육성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이와 함께 당시 구속자들을 위해 시작된 후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목요 기도회'와 NCCK 인권센터 등의 의미도 되짚어 본다.
1970년대 동일방직·YH무역 해고자, 1980년대 양심수 그리고 1990년대 해고 노동자까지, NCCK가 위치한 종로5가는 고난받는 이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다.
엄혹한 군부 독재 시기에도 계속된 목요 기도회는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호소와 항의의 자리였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NCCK 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인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NCCK 아카이브에 업로드된 사진 2만 5천여 장을 엄선해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기독교 사회 운동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이를 통해 1970년대 말 인권 주간 연합 예배에서 기도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신한 김종태 열사 장례식에서 설교하는 문익환 목사, 1980년대 초 목요 기도회에서 열변을 토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 위한 십자가를 지다
전두환 신군부 집권 이후 사회 운동 전체가 위축됐던 1980년대 초반, 기독교는 세계 교회와 함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이삼열 박사는 "군부 독재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에서는 북한과의 대치 상태와 전쟁 위협을 없애지 않고는 민주화가 될 수가 없다"며 "이제는 기독교가 나서서 통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NCCK는 1984년 일본 도잔소 회의, 1986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등을 거쳐 통일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1988년 2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 이른바 '88선언'을 발표했다.
'다시 쓰는 백년'에서는 88선언 기초 위원이었던 이삼열 박사와 그 논의를 이끈 김상근 목사(당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안재웅 목사(당시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총무) 등의 회고를 통해 한국 교회의 통일을 위한 노력을 재조명한다.
88선언 이후 기독교계 분열은 가속화된다. 그러나 정의, 평화, 생명을 위한 십자가를 움켜쥐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다시 쓰는 백년'은 종전 평화 운동, 노동 운동, 기후 정의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군분투 중인 청년 활동가들 모습을 담아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는 '옥바라지선교센터' 등 기독교 사회 운동의 새로운 씨앗도 소개한다.
역사 다큐멘터리 넘어서려는 새로운 시도
'다시 쓰는 백년'은 영화배우 강신일 장로와 싱어송라이터 황푸하 목사가 참여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교회와 사회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온 강신일 장로는 1부 '다가올 미래' 프리젠터로 나섰다. 강신일 장로의 호소력 있는 음성은 1980년대 초반까지 NCCK 역사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준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그리고 옥바라지선교센터 운영위원장인 황푸하 목사는 2부 '기억될 미래' 내레이터를 맡았다. 해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현장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설교와 노래를 남긴 황 목사의 모습은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가 작사·작곡한 '우리는 오늘도' 등 다양한 노래들도 곳곳에 삽입돼 감동을 배가시킨다.
'다시 쓰는 백년'을 CBS와 공동 기획한 NCCK 김종생 총무는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교회에 많은 과제를 던져줄 것"이라며 "NCCK가 다시금 새로운 백년의 역사를 맞이하는 데 좋은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CBS 반태경 PD는 "정의·평화·생명을 위해 한국 교회가 펼쳐온 100년의 역사를 다큐멘터리로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 작품이 '에큐메니칼 운동'(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모든 활동)을 고민하는 다음 세대에게 영상 교재로 활용되길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백년'은 오는 24일과 25일 오전 11시, 밤 11시 10분에 CBS TV를 통해 방송된다. 방송 직후 CBS Joy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전편이 공개되며, NCCK 유튜브 계정으로는 영문 자막 버전도 업로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