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한 시장에서 알코올 중독자로 의심되는 노숙자와 함께 길에서 생활하던 강아지(비숑 프리제) '토미'가 구조됐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20일 "노숙 생활 중인 A씨로부터 소유권 양도 각서를 받고 토미를 구조했으며 현재 임시보호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노숙자 A씨의 동물 학대가 의심된다'는 B씨의 제보로 사건은 시작됐다.
제보자는 "길에서 생활 중인 이 남성은 항상 술에 의존하며 비틀거리고, 허공에 혼잣말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강아지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며 "목줄을 돌려 감고 있어 비숑이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B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은 케어는 오랜 시간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A씨를 관찰했다고 한다. 케어에 따르면 그는 하루종일 종이컵으로 술을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이며, 자신의 반려견에게 마실 물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보다 못한 한 시민이 비숑에게 물을 챙겨주니 순식간에 물을 마셨다고 한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A씨는 (강아지가) 물을 먹으면 밥을 못 먹는다며 아무것도 주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기온이 33도가 넘어가는 땡볕 아래 길거리에 묶여 헐떡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그는 폭행·절도 등의 전과로 교도소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며 최근에는 회칼(생선회를 뜨는 데 쓰는 식칼)을 들고 다니며 이유 없이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미의 다리에서 상처가 발견되면서 '학대' 정황이 뚜렷해졌다. 한 시민의 설득으로 토미를 A씨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시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가 "(강아지 다리를) 날카로운 것으로 그은 것 같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케어에 따르면 이 시민이 병원비를 내주겠다고 했는데도 "A씨는 난동을 부리며 상처를 소독한다면서 (강아지 다리에) 소주를 부었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그룹(PET LAWFIRM)' 조찬형 변호사(법무법인 청음)는 CBS노컷뉴스에 "현행법에서는 '동물 학대' 의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으며, 동물에게 상해나 질병이 유발했을 때나 죽음에 이르렀을 때만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케어 측은 지속적으로 강아지 구조를 시도했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된다.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학대가 의심된다는 정황만으로 동물을 주인 허락 없이 데려갈 경우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다.
구조나 구호를 하려면 유기·유실되거나 혹은 피학대 동물로써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조 변호사는 "소유자가 '소유권 포기'를 하지 않는 이상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사유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구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소유자가 불분명하다면 강아지 보호를 위한 행정적 절차를 마련할 수 있지만, A씨의 경우는 비숑을 소유한 경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찰과 지자체와 함께 구조 현장을 찾은 케어는 A씨를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소유권 양도 각서를 받고 토미를 분리시키는 데 성공했다.
케어는 "현재 다리 상처 외에 아픈 곳이 없는 토미는 환경이 바뀌니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아직 길거리 생활로 인해 고단함이 남아있는 듯 잠이 많다"고 현재 상태를 전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제 편히 쉬어",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좋은분께 입양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등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