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폭발'로 수십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이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단서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미 동부 표준시간) "이스라엘이 헝가리에 위장 회사를 차려 폭탄 삐삐를 제조한 뒤 헤즈볼라에게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삐삐를 생산한 헝가리 업체는 이스라엘이 오래전부터 운영해오던 '위장 회사'일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쯤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삐삐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11명이 숨지고 27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18일에도 헤즈볼라가 쓰던 무전기가 폭발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
해당 삐삐에는 '골드 아폴로'라는 대만 업체의 브랜드가 부착돼 있었지만, 테러 사건 직후 '골드 아폴로'는 "해당 삐삐는 유럽 제휴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문제의 삐삐를 만든 공장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의 'BAC'로 전해졌다.
앞서 헤즈볼라의 삐삐에 어떻게 폭발 장치가 삽입됐는지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헤즈볼라가 주문한 삐삐가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폭발물이 넣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어느 단계에서 이런 정밀한 조작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NYT의 보도가 맞다면, 이스라엘 당국이 아예 헝가리에 '위장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헤즈볼라의 주문이 들어왔을 때 생산단계에서 '폭탄 삐삐'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명령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통신보안을 위해 기자국에 위치 정보를 보내지 않는 삐삐를 적극 활용했는데, 이스라엘이 이마저도 계산에 뒀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NYT는 "헝가리 공장에서 헤즈볼라가 주문한 삐삐의 배터리 표면에 강력한 폭발 물질인 PETN을 발라 제작했다"고도 했다.
이번 테러에서 유독 인명 피해가 컸던 점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SNS상에는 당시 삐삐 폭발로 인한 참혹한 피해 상황이 고스란히 올라와있다.
슈퍼마켓 내부 CCTV로 보이는 한 영상에는 사람들이 과일 카트 주변에 모여 있는 가운데 한 남자가 매고 있던 가방이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남성은 폭발 충격으로 곧바로 쓰려져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다.
병원에서 촬영된 또 다른 영상에는 손가락이 없거나 몸에 깊은 상처가 있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모습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각종 테러에 무선호출기 등이 표적이 된 적이 많지만, 이렇게까지 정교한 공격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해당 삐삐를 언제든 적당한 때에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이라고 불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