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일명, '전주'로 기소된 손모씨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비슷한 역할을 한 김건희 여사도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이 김 여사를 재판정에 세울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히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권 기자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기자] 네.
[앵커] 내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상정이 시도될 거 같습니다. 특검에 앞서 지금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검찰이 과연 기소할까요?
[기자] 확율은 반반일겁니다. 기소할 수도 있고,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기소 할 거다. 또는 기소 안 할 거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건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모습으로 미루어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지 않을 여러 방법들과 논리를 개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검찰의 수사를 잘 아는 특수통 출신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이런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분석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태도 때문입니다.
[앵커] 어떤 태도를 말하는 건가요?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온 태도로 미루어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네 가지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네 가지 이유요? 먼저 첫 번째는요?
[기자] 첫 번째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그 핑계가 지금도 유효합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이유는 김건희 여사가 가족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 검찰총장들이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는 건 비겁합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윤석열 이후 검찰총장들이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이유를 대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족도 아닌데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법무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 달라고 요청할 필요 없이 지휘권을 행사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그걸 빌미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검찰총장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심우정 총장도 지휘권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 또한 전임 김오수, 이원석 총장과 마찬가지로 책임회피입니다.
[앵커] 박탈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회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네요.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고, 그래서 기소하지 않을 거라는 두 번째 이유는요?
[기자] 두 번째는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불고불리의 원칙 (不告不理의 原則)에 어긋나는 겁니다.
[앵커] '불고불리의 원칙'이요?
[기자] 그렇습니다. '불고불리의 원칙'이란 "법원은 검사가 기소하여야 비로소 그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판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검찰이 기소해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데,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특수통 출신 전직 한 고검장은 "검찰이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이 말은 검사의 임무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유무죄 논란이 빚어지는 사안에 대해 검찰이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한 사례는 있어도, 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뒤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건, 기소하기 싫거나 기소하기 어렵다는 걸 드러내는 거라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세 번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세 번째는 '전주' 손 씨의 유죄 판결 이후 검찰의 한 관계자가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 사실관계가 전혀 달라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아닙니다만, 벌써 방어막을 치기 시작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의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겁니다.
검사출신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1억원 손실을 본 가담자는 방조 혐의로 기소하면서('전주' 손씨), 23억원 이익을 본 범죄 혐의자에 대해서는(김건희 여사 모녀)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이 지금 검찰의 태도"라면서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김건희 특검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기소하지 않을 거라는 마지막 네 번째 이유는요?
[기자] 네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과 아무리 가깝더라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나 기소 의견을 내는 즉시 '친윤'에서 '반윤'으로 내몰리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원석 전 검찰총장,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장)은 '찐윤' 중 '찐윤'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견을 보인 이후 눈밖에 났습니다. 한동훈 대표의 경우 '반윤'의 상징이 되었고, 송경호 검사장은 경질 당했습니다.
이원석 총장의 경우, 검사장 인사에서 패싱당했고, 심지어 김건희 여사에 대해 출장조사 하지 말고 검찰청사로 불러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를 어기고 경호처 시설로 출장조사를 갔고, 출장조사를 한다는 사실도 사후 통보를 받는 어처구니 수모를 당했습니다. '식물총장'이 된 겁니다.
이는 후임자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로 선택되긴 했지만 언제라도 밀려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의 기소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앵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말고,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줬다는 최재영 목사 얘기로 넘어가볼게요. 샤넬 화장품과 명품 가방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최 목사가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조만간 열리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재영 목사가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가 다음주 화요일에 열립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오는 24일 오후 회의를 열어,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할 필요가 있는지, 수사를 계속할지 심의합니다.
[앵커] 검찰 수사팀과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미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 최 목사 수심위를 통해 김건희 여사를 기소할 수 있을까요?
[기자] 수사심의위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마도 지난번 수심위 때와 마찬가지로 무혐의 또는 불기소 권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지난번 수사심의위는 검찰이나 김 여사 쪽 모두 무혐의를 주장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판단하다 보니 그런 결정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2차 수심위는 최재영 목사의 요청으로 열리는 데, 최 목사는 자신과 김 여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기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는 희안한 상황이 연출될 걸로 보입니다.
최 목사는 대검에 제출한 서면 의견서에서 "선물을 준 행위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탁은 청탁의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맞고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 최 목사의 명품가방 공여 행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2차 수심위도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법조계에서는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걸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우 논쟁적인 사안인 건 분명합니다. 알선수재가 된다, 안 된다, 청탁금지법 대상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특수통 출신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김건희 여사가 샤넬 화장품이나 디올 백을 받는 방법을 두고, 금액은 적은지 모르지만 죄질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앵커]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기자] 화장품이나 가방을 받는 방법이 그렇다는 겁니다. 최재영 목사가 샤넬 화장품 사진을 보내면서 면담을 요청하니까 면담 일정을 잡아서 통보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전통주와 책을 가지고 방문한다고 하니까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다시 디올백 사진을 보내면서 추석인사를 하겠다고 하자 다시 일정을 잡았습니다. 양주와 스탠드 등을 선물한다고 했을 때는 역시 면담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 화장품이나 디올 백 사진을 보내면 면담을 하고, 다른 걸 선물로 가져간다고 하면 면담 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주는 사람이 "이건 청탁의 대가입니다. 이건 뇌물입니다"라고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들 "이건 선물입니다. 추석인사입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는 겁니다.
특수통 출신 전직 한 검사장은 "대통령 취임식과 VIP 만찬에 초대했고, 그 감사의 의미로 전달한 샤넬 화장품이나 명품 가방은 알선의 대가성이 성립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야당 관련 사건이나 다른 사건들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서는 왜 그렇게 소극적이고 저자세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앵커]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검사 출신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제가 만약 검사면 원칙상 손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기소했기 때문에, 여사에 대해서도 방조 혐의로 기소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김 전 의원은 "기소를 하는 사람들 입장으로 봤었을 때는 그 계좌를 어떻게 사용될지도 모르는데 (김 여사가) 비밀번호고 뭐고 그대로 넘겨줬다는 것은 그 칼을 가지고 (주가조작에) 이용하라고 한 것 아니겠냐"라고 설명했습니다.
'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지난 9월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은 과거보다는 훨씬 커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손씨에 대해서는 방조 혐의가 인정이 됐으니까, 따라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검찰은 이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한 사실을 알고도 기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혐의는 손모씨와는 비할 바 없이 엄중하다. 한 마디로, 급이 다르다"면서 "김건희 여사는 단순히 계좌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직접 주가조작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과 진술이 여러 차례 나왔고, 김 여사가 직접 통정매매를 주문한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와 통화도 나왔다. 1심 판결문에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