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무선호출기 제조사로 알려진 대만 회사가 해당 제품은 자사가 제조한 제품이 아니라며 테러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자유시보와 중앙통신 등 대만 현지언론에 따르면 테러에 사용된 무선호출기의 제조사로 알려진 대만 기업 '골드 아폴로'의 쉬칭광 대표는 18일 취재진과 만나 해당 제품은 외국기업인 'BAC 컴퍼니'에서 제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쉬 대표는 "해당 제품은 100% 골드 아폴로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만든 것"이라며 "골드 아폴로의 브랜드를 사용했을 뿐이며 자사가 제조한 제품들과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골드 아폴로가 3년 전부터 해외 대리인과의 협의를 통해 외국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를 사용하되 제품 설계와 디자인, 생산을 모두 외국 기업들이 맡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즉 일종의 외국 OEM(주문자위탁생산)인 셈이다.
쉬 대표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업을 잘 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 테러에 연루됐는지 모르겠다"라며 "우리 회사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적어도 책임감 있게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쉬 대표는 그러나 BAC 컴퍼니의 국적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골드 아폴로가 위치한 신베이시 경제개발국과 관할 경찰이 이 업체를 상대로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쉬 대표의 기자회견과 별도로 골드 아폴로는 성명을 통해 "골드 아폴로는 BAC 컴퍼니와 장기적인 OEM 인증 및 지역 대리점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면서 "협력 계약에 따라 제품 디자인과 제조는 모두 BAC 컴퍼니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러에 사용된) 무선호출기 모델 AR924는 BAC 컴퍼니에서 생산, 판매하는 제품"이라며 "골드 아폴로는 항상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파트너와 투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20년 이상 무선 호출 시스템 및 장비 분야 제품을 생산해온 골드 아폴로는 무선호출기는 물론 통신 장비와 전자 재료 및 정보 소프트웨어도 판매하고 있다.
앞서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11명이 숨지고 27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상자도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2온스의 폭발물이 각 무선호출기의 배터리 옆에 삽입돼 있었다"며 "폭발물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스위치도 내장돼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사전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제어 스위치를 설치해 터뜨렸다고 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헤즈볼라는 대만의 골드 아폴로에 3천개 이상의 무선호출기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