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KBO 리그 잔여 7경기를 남기고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KIA 타이거즈의 저력과 분위기를 상징하는 장면이 있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급하게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려 화제를 모았다.
선발 양현종은 팀이 9-3으로 앞선 상황에서 5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은 흔들렸다. 2점을 허용했고 2사 1,2루 위기가 계속 됐다. 그래도 점수차는 4점이었고 아웃카운트를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불펜을 조기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양현종이 KIA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양현종은 받아들일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덕아웃에 들어온 후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양현종에게 이범호 감독이 다가갔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에게 '백허그'를 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에이스를 위로했다. 이 장면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선수단 내에서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갖는 프로 감독이 소속 선수를 달래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내내 냉철했다.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넋이 나간 플레이를 하면 즉각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고 양현종의 조기 강판에서 알 수 있듯이 승부처에서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과 기준이 명확했기에, 또 그런 결정들이 승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팀 분위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이범호 감독의 '백허그'는 평소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고 격의 없이 지내는 그만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KIA는 17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인천 원정에서 SSG 랜더스에 0-2로 졌지만 같은 시각 잠실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4-8로 패하면서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매직넘버가 마침내 '0'이 됐다.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건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2017시즌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제 명문 구단 KIA는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해 'V12'에 도전한다.
2024시즌 KBO 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중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KIA의 열풍은 올 시즌 빼놓을 수 없는 리그의 핵심 키워드다. KIA는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개장 10주년을 맞아 총 26번 매진(2만500석)을 기록하는 등 홈 누적 관중 117만7249명을 동원해 종전 기록(2017년 102만4830명)을 갈아치웠다.
야구와 관련된 SNS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널리 유통되면서 KBO 리그 흥행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대표적인 예가 '삐끼삐끼' 춤이다. KIA 투수가 삼진 아웃을 잡을 때마다 펼쳐지는 응원단의 퍼포먼스로 올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SNS에서 챌린지 열풍으로 이어지는 등 최근까지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