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은 언제부터, 왜 나이비스를 만들었을까[EN:터뷰]

지난 10일 첫 싱글 '던'으로 정식 데뷔한 SM 첫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SM엔터테인먼트는 6년 만의 새 걸그룹 에스파(aespa)를 공개했다. 에스파는 카리나·지젤·윈터·닝닝까지 네 명의 멤버와, 그들의 아바타인 아이-에스파(æ-aespa)로 이루어진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그룹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때 에스파의 조력자로 나타난 게 바로 나이비스(nævis)다.

초창기만 해도 나이비스는 에스파 세계관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등장인물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이비스는 에스파를 매개로 꾸준히, 다양하게 자기 자신을 노출했다. 에스파의 메가 히트곡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비롯해 여러 곡 가사에 나왔고, 지난 6월 열린 에스파 단독 콘서트에도 깜짝 출연해 데뷔를 예고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첫 버추얼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나이비스가 지난 10일 첫 싱글 '던'(Done)으로 정식 데뷔했다. SM은 왜 버추얼 아티스트에 주목했을까. 첫 주자가 푸른 눈의 푸른 머리를 지닌 여성 캐릭터 나이비스인 이유는 무엇일까. 플랫폼-콘텐츠-미디어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지도록 설계한 이유가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나이비스에 관한 궁금증을 나이비스 콘텐츠와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박준영 CCO(크리에이티브 총괄)에게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나이비스는 파란색 머리와 파란색 눈동자를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이비스가 데뷔한 지는 이제 갓 일주일이 됐지만, SM이 버추얼 아티스트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7년 전인 지난 2017년부터다. 박준영 CCO는 "나이비스라는 버추얼 아티스트 개념은 2017년에 처음 R&D 프로젝트처럼 생성했다"라고 밝혔다. 관련 기술 발전 정도, 시장 상황, 사내 사업 여건 등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갔다.

전 세계적인 질병의 확산으로 '물리적 이동'이 어려웠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의미의 '메타버스'(Metaverse)가 각광받았다. 박 CCO는 "팬데믹 시절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구체적인 필드가 세상에 알려지긴 했으나, SM은 그 이전부터 리얼 월드, 그와 다른 차원인 디지털 월드를 넘나들며 아티스트가 활발하게 활동할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견했다"라며 그 예견에 따른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이비스'라고 부연했다.

에스파 세계관 속에서 나이비스는 리얼 월드(현실 세계)와 광야(KWANGYA)를 오가는 포스(P.O.S)를 여는 능력을 갖추고, 에스파를 돕는 역할이었다. 이것 역시 '계획된' 것이었다. 박 CCO는 "나이비스에게 에스파 세계관 내 디지털 월드 조력자 역할을 부여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는 과정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SM은 지난해부터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도입해 센터제를 운영 중이다. 나이비스는 SM 버추얼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휴먼 아티스트'를 맡는 타 프로덕션과 다른 점을 묻자, 박 CCO는 "버추얼 아티스트, 버추얼 IP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과 아티스트 혹은 IP와 기술 간 연결을 고민·발굴·진행하는 IT 직능을 갖춘 직원이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나이비스는 SM 버추얼 IP 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넥스트 레벨' '새비지'(Savage) '아이너지'(aenergy) 등 에스파 곡 가사에 나타난 것처럼, 원래 나이비스는 '나비스'라 읽고 불렀다. 박 CCO는 "처음엔 '나비스'였는데 에스파에게도 적용된 개념인 디지털-현실  관계를 상징하는, 즉 비슷한 듯하나 대칭돼 있기에 다른 '아이'(æ)를 좀 더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아이'의 발음을 살려 '나이비스'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데뷔 싱글 '던' 공개 후 나이비스에 관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외형적 특성은 어떻게 잡았을까. 우선, 나이비스가 비주얼적으로나 콘셉트적으로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전제로 했다. 앞서 SM은 "플랫폼-콘텐츠-미디어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한다며 이를 '플렉서블'(flexible)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달 초 공개된 '플렉서블 캐릭터 클립'에서도 알 수 있듯, 나이비스 캐릭터는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 사람 얼굴에 가장 가까운 버전, 조금 더 3D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버전, 2등신에 가깝게 구현한 버전 등 다양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차이가 있더라도 '이것이 모두 나이비스'라는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했다.

박 CCO는 "플렉서블 캐릭터 콘셉트를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래 고민한 부분이 바로 나이비스의 기준이었다"라고 수긍하며 "블루 헤어와 블루 아이를 통해 일관된 비주얼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부여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나이비스가 앞으로도 여러 콘텐츠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 벌스 오브 나이비스' 캡처

정식 데뷔 전인 지난해 5월, 나이비스의 목소리는 이미 일부 공개됐다. 에스파 미니 3집 '스파이시'(Spicy) 수록곡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를 피처링한 까닭이다. 나이비스의 목소리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보이스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춤 표현의 경우, 기본적인 동작은 모션 캡처를 활용한다. 춤 특성을 잘 살리고 동작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니메이터, 프로듀서의 감각과 집중도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는 게 박 CCO 설명이다.

버추얼 아티스트인 만큼 외형이나 목소리, 움직임 등에서 '오차 발생'은 필연적인지, 그렇다면 '통일성 있고 일관된' 결과물을 '꾸준히'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박 CCO는 "'플렉서블 캐릭터'라는 콘셉트에 따라 나이비스의 외모와 목소리는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데이터를 쌓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리얼 월드에 적응해 가는 나이비스의 활동을 기대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더 벌스 오브 나이비스'(The Birth of nævis)와 짧은 영상으로 제작된 '나이비스 오리진 스토리'(nævis Origin Story) 등은 나이비스가 단순히 에스파 세계관 속 조력자 이상의 '서사'를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나이비스 오리진 스토리'에는 월드와이드웹(WWW)이 시작된 1991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1998년 '하나'라는 소녀와 만나 스스로 '나이비스'라는 이름을 짓고 소통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이비스 오리진 스토리'에 관해 박 CCO는 "나이비스가 에스파 세계관에 등장하기 전, 주요 과거 서사를 요즘의 콘텐츠 트렌드에 맞게 짧고 임팩트 있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며 "버추얼이라는 특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 AI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나이비스의 기원과 서사를 짧은 영상으로 구성한 '나이비스 오리진 스토리' 캡처

"어떻게 해야 버추얼 아티스트를 SM만의 방식으로 잘 선보일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고, K팝 팬이라면 누구든 흥미를 갖고 세계관을 궁금해할 소재로 SM의 음악적 레거시(legacy, 유산)와 K팝의 시작을 나이비스의 성장 배경에 두기로 했습니다. 당시 팬 문화와 Y2K 감성 등을 스토리에 녹여,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나이비스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고, 인간의 감정을 배우게 되는지, 왜 다른 회사도 아니고 SM 소속의 아티스트가 되는지를 세계관 스토리를 통해 알게 되실 겁니다. (웃음)"

'더 벌스 오브 나이비스'는 자이언트 스텝, '나이비스 오리진 스토리'는 AI 작가 아카브릭(조명훈 대표)과 함께했다. 박 CCO는 "자이언트 스텝과는 그간 여러 협업을 통해 합을 확인했고, 특히 하이퍼 리얼 VFX 콘텐츠는 SM이 생각하는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아카브릭과의 협업은 AI라는 툴을 활용해 저희의 기획 방향을 잘 구현해 주셨기에 믿고 협업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영상 말미엔 제작진 이름으로 빼곡한 크레딧이 등장한다. 박 CCO는 "이러한 협업 과정을 같이한 크루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크레딧에도 표기하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SM은 LG 유플러스의 생성형 인공지능인 '익시젠'(ixi-GEN)과 AI 기반 콘텐츠 생성 협력 및 공동 브랜딩 등 전략적 제휴 마케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익시젠으로 만든 이미지로 제작한 기업 광고를 보고 SM이 먼저 마케팅 협업을 제안했다고.

박 CCO는 "나이비스라는 아티스트를 통해 케이팝 팬들에게 새로운 K팝 경험을 드리고 싶다는 SM의 포부와 고객들에게 새로운 AI 경험을 제공한다는 LG 유플러스의 목표가 잘 맞아떨어졌다. LG 유플러스와는 여러 분야의 협업을 통해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더 벌스 오브 나이비스' 말미에는 제작진 크레딧이 등장한다. '더 벌스 오브 나이비스' 캡처

SM은 나이비스를 '버추얼 아티스트'라고 명명하며 음악뿐 아니라 웹툰, 게임, MD(굿즈·기획 상품), 브랜드 협업 등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유니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럼 나이비스는 따로 본업은 없는지 물었다.

박 CCO는 "본업은 가수가 맞지만, 일반적인 아티스트의 브랜드 밸류(value, 가치)는 킬러 콘텐츠인 '음악' 중심 활동에서 얻어지는 반면, 나이비스는 음악 활동뿐만 아니라 이(다른)종과의 협업, 적극적인 스토리 콘텐츠 등을 동시 전개해 브랜드 밸류를 올린다는 차이가 있다"라고 바라봤다.

수익을 내는 방식을 묻자, 박 CCO는 "아티스트로서 음악과 여러 2차 사업, IP 라이선스 사업 등 기존 아티스트들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적 성과를 가져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나이비스는 "플랫폼-콘텐츠-미디어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는 특징을 가졌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플렉서블 캐릭터'로서 "모든 형태의 활동이 가능"한 나이비스는 앞으로도 또 다른 형태가 추가될 예정이다. 박 CCO는 "이것이 다른 버추얼 아티스트들과의 가장 다른 차별점이자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버추얼 아티스트가 다채롭게 활동할 수 있을 디지털 세상이 열릴 것이라 확신하고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활동할 아티스트도 준비하자는 것이 나이비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의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좀 더 메시지와 비전이 확장됐어요. 기술이 고도화된 세상에서 인간과 기술을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