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올해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선 스키 장비로 무장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등의 일명 '스키부대'를 쉽게 찾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오리발 등 각종 수중침투장비로 무장한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도 올해 행진에는 한결 '간소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리 군이 하늘과 땅, 바다, 바다 속까지 어느 곳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국민들도 우리 군의 능력을 잘 알고 계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행진에 적합한 복장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은 공군과 육‧해군 항공전력 조종사의 헬멧 정도다. 이들에게 헬멧은 병과의 정체성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한 손에 들고 행진하는 것으로 '조율'됐다고 한다.
칼로 자른 듯 각을 맞추고 하늘 높이 팔을 치켜든 채 행진하던 장병들의 모습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옛 독일제국 군대에서 시작해 공산권 국가에서 보편화된 '거위걸음'(구스 스텝)의 과장된 동작과는 확연히 다른 자유민주주의 군대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칼처럼 줄을 맞추고 팔을 흔드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MZ 장병'답게 자신감 넘치고 보무당당(步武堂堂)하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행진에 앞서 서울공항에서 벌어지는 군사장비 시범도 기존과 조금 달라진다. 단순 나열에 그친 장비 소개를 넘어 각종 전장 상황에서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최대한 묘사하는 방식이다.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 원칙 하에 전투기 전술기동 등을 포함해 우리 군의 위용을 더 실감할 수 있도록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국군의날 행사는 점점 더 몸값을 높이는 'K방산'도 주역으로 참여하게 된다. 국군의날 행사 기획단은 국군의날을 계기로 KADEX와 DX KOREA 등 방산전시회 등과 연계해 외국 사절단을 대거 초청했다.
기획단은 "K방산이 단지 대한민국 안보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측면을 부각시키는 한편, K웨펀(무기) 뿐 아니라 K밀리터리(군사) 문화의 우수성에도 관심을 갖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군은 내년 국군의날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국군의날 행사는 통상 대통령 취임 첫해에만 시가행진 등을 포함해 대규모로 치러져왔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매년 시가행진 등을 계획했지만 재정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군을 떠나는 초급‧중견간부들이 늘어나는 등 군의 사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군의 위상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