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회균형 의무 10%인데 의대는 겨우 2%…8곳은 선발도 안해

증원 받아놓은 의대들도 기회균형 선발 계획 없어
조정훈 의원 "의대가 취약계층 적극 모집 않으면 제도 의미 약해져"

연합뉴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고등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 기회균형선발제(사회통합전형)가 도입됐지만, 의과대학의 선발 비율은 의무 비율(10%)에 한참 못미치는 전체 의대 정원 대비 3% 안팎 수준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취약계층 선발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또 전국 의대 39곳 중 8개 대학은 올해부터 3년 동안 기회균형선발 인원을 아예 모집하지 않는다.

성균관대·이대·중앙대 등 취약계층 선발 '0명'인 의대 수두룩

기회균형 선발 제도는 국가보훈대상자,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특성화고교졸업자, 특성화고졸재직자, 장애인, 서해5도학생, 만학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 내·외 특별전형이다. 4년제 일반대학은 물론 전문대학들도 2009년부터 기회균형제도를 도입해 전체 모집인원의 10%는 취약계층을 선발하도록 모집 계획을 세워야 한다.
 
CBS노컷뉴스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과 확보한 교육부의 '의과대학 사회통합전형 기회균형선발 현황'에 의하면, 전국 의대들이 2024학년도부터 2026학년도까지 뽑았거나, 뽑기로 한 기회균형선발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24학년도에 전체의 3.2%(100명)이던 기회균형 비중은 2025학년도에는 2.6%(122명), 2026학년도에는 2.3%(116명)로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모집인원이 각각 3113명, 4610명, 5103명으로 2천명 가까이 늘어나는 것과 대조된다.
 
일부 의대는 기회균형 선발 인원을 아예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대·강원대·부산대·성균관대·울산대·이화여대·전북대· 중앙대 등 8개 의대는 2024년부터 3년동안 기회균형 선발 인원을 아예 배치하지 않았다.  

'허점' 노려 기회균형 낮추는 대학들…법 고쳐야 제도 '실효성'

황진환 기자

이처럼 의대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기회균형선발 인원을 아예 모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운영 모집 단위에 대해 대학이 자율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도권 대학은 다른 학과에 기회균형선발 인원을 몰아서 배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방대 의대의 경우 기회균형선발과 지역특별전형을 통합해 운영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A 지방대학에서 기회균형선발 전형을 6% 배치하고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5%를 뽑겠다고 교육부에 모집인원을 제출하면, 이를 11%로 합산해 기회균형선발 의무비율인 10%를 넘긴 것으로 인정받는 식이다.

기회균형선발을 의무화했더라도 시행계획 '수립'단계에만 이를 적용하면 되는 것도 제도적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회균형선발 규모를 10%로 계획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실제 모집한 결과 기회균형 선발 대상자가 8%만 모집됐더라도 고등교육법상 의무 위반이 아니다. 기회균형선발을 강제적으로 시행하도록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대학이 일관된 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정훈 의원은 "최근 의대가 우리 사회에서 교육격차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되고 있다"며 "의대 증원에 적극적이었던 대학들이 기회균형 선발에도 솔선수범해 취약계층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 모집계획 의무화를 만든 기회균형선발 제도도, 의대증원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도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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