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감 중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 여성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여성 억압을 범죄로 규정해 줄 것을 유엔에 호소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인 모하마디는 협력자를 통해 요미우리에 페르시아어로 적힌 수기를 기고했다.
모하마디는 '마흐사 (아미니) 운동으로부터 2년'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이란 정권이 "히잡을 여성에 대한 지배나 억압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여성의 권리가 봉쇄된 곳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성 억압 정책이 "인구 절반의 인권을 빼앗고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늦춘다"고 지적했다.
마흐사 아미니는 2022년 9월 13일 복장(히잡) 의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란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여성 인권과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했고 이란 정부는 인권 활동가와 정치인, 언론인 등을 대거 잡아들이며 강경 진압했다.
모하마디는 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행해지는 여성 억압 정책과 관련해서는 "유엔이 '젠더 아파르트헤이트'(gender apartheid·극단적 성차별 정책)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민주적인 선진국이 유엔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모하마디는 체계화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지배, 차별을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행됐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흑백 인종차별정책)와 비교해 젠더 아파르트헤이트로 부르며 종식을 촉구해 왔다.
탈레반은 지난달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내용의 도덕법을 제정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도덕법에 따르면 여성은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또 이 법은 동성애, 동물 싸움, 음악 공연 등도 금지한다.
이란의 대표적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인 모하마디는 2019년 반정부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뒤 현재까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모하마디가 이란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며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