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베테랑2'로 옛 버릇 또 튀어나왔다"[EN:터뷰]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9년 만에 관객들에게 돌아온 '베테랑2'는 '베테랑'다우면서도 '베테랑'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단순명료하게 '죄지은 놈'을 잡기 위해 직진했던 서도철에게 류승완 감독은 형사로서 해야 할 일과 더불어 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일을 얹어줬다. 그렇게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을 통해 '정의'와 '신념'을 묻는 깊이를 '베테랑2'에 더했다.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보폭을 넓힌 류승완 감독이 정의를 질문하는 방식은 가장 '류승완'다운 방식이다. 바로 '영화'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액션 장르로 말이다. '봉테일'로 불리는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은 '베테랑2'를 본 후 이렇게 말했다. "망치 같은 영화. 주인공의 통증이 내 뼛속까지 뻐근하게… 울려옵니다."
 
'베테랑'보다 더 강력해진 액션으로 돌아온 '베테랑2'는 묵직하고 깊어졌지만, '베테랑'의 유산은 잊지 않았다. '베테랑' 특유의 유머와 강력범죄수사대 팀의 티키타카, 액션 맛집이라는 본분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베테랑2'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을 강화했다. 물론, 여기에도 류승완 감독의 인장이 찍혀있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

▷ 전편에서 블론디(Blondie)의 '하트 오브 글래스'(Heart Of Glass)로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스페인 여성 듀오 바카라의 '예스 썰, 아이 캔 부기'(Yes Sir, I Can Boogie)로 문을 열었다.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며 서도철 형사가 돌아왔음을 알렸는데, 이번에도 직접 선곡한 것인가?
 
류승완 감독(이하 류승완)>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본 스테이지로 들어가면, 전작과 톤 앤 매너의 충돌이 너무 크니까 1편에서 블론디 음악을 썼던 것처럼 이번에도 '베테랑'의 시그니처 컷처럼 경쾌한 올드팝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주부 도박단을 잡는 게 '바카라'(그룹명 Baccara는 트럼프 놀이의 하나인 바카라와 철자가 동일하다. 참고로 그룹의 이름을 독일어로 '장미'를 뜻한다)라는 그룹명과도 어울리기도 하고.(웃음)
 
▷ 안 그래도 바카라의 노래가 나오는 가운데 주부 도박단의 모습이 나와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1편에서 그렇게나 언급했던 주부 도박단이다. 1편에서 못 다 지은 매듭을 지은 느낌이다.
 
류승완> 1편에서 조태오를 잡네, 못 잡네 할 때 총경이 '너네 주부 도박단 잡으러 간다며'라고 하지만 그때는 주부 도박단 근처도 못 갔다. 원래 1편 에필로그가 주부 도박단 만나러 가는 걸로 하려고 했는데 그때 못 찍었다. 그래서 2편을 시작한다면 무조건 주부 도박단 잡는 걸로 시작하기로 했다. 1편과의 연속성도 쉽게 갖고 올 수 있고. 또 개인적으로 좀 더 장난을 친 것도 있다.
 
▷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던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류승완> 주부 도박단으로 '밀수' 해녀들이 나온다. 밀수로 돈 번 사람들이 도박한다는 거다.(웃음) 근데 그날 촬영장에 원래는 염정아, 김혜수 선배도 오려고 했는데, 혜수 선배는 촬영 때문에 못 오고 정아 선배만 왔다. 그리고 사실 돈 세는 것도 조인성이 하려 했다. 그런데 염정아에 조인성까지 나오면 그다음 본 스테이지로 갔을 때 온도 차가 너무 심해져서 안 되겠다 싶었다. 김재화, 주보비, 박준면, 박경혜만 등장해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해서 초반을 그렇게 구성했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
 
▷ '베테랑2'는 주제적으로도 깊어졌지만, 톤 앤 매너나 연출 등에서도 전편과 많이 달라졌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누아르 색채도 띠고, 때로는 미스터리 심리극 같은 분위기도 보인다. 피사체를 포커스하는 방식도 그렇고, 고전적인 느낌도 상당해서 여러모로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류승완> 오래 같이 일한 최영환 촬영감독하고 작업했는데, 최 감독은 현장에서 A, B 캠 카메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정말 최고다. 최고 수준이 아니라 그냥 '최고'다. '베를린' 촬영할 때 보면 독일 크루들이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효율적으로 작동하냐면서 말이다.
 
이번엔 최 감독과 옛날 방식으로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요즘 영화는 상황을 찍어서 편집실에서 나누는 방식이다. 그게 아니라 숏을 찍어서 숏과 숏이 연결되는 영화를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현장은 힘들다.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그런데 조명이나 피사체 이미지를 찍는 게 조금 더 꼼꼼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배우들이 어려워 한 장면도 많다. 이를테면 전면과 후경 다 포커스를 맞춘 촬영도 요즘엔 두 번 찍어서 붙이는데, 우리는 스플릿 필터를 써서 촬영했다. 그러면 전면에 클로즈업된 배우들은 움직임의 범위가 제한된다. 딱 약속한 대로만 움직여야 포커스를 유지할 수 있다. 몇 센티미터만 전후로 움직여도 포커스가 나가서 배우들이 갑갑해한다.
 
그런데 배우들도 찍어서 모니터를 보면 재밌으니까 핸디캡을 안고 촬영한 거다. 초반에 진행하면서 이런 무드고, 이렇게 바뀐 톤으로 진행된다고 했더니 오히려 전작의 반복보다 다른 식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었다.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CJ ENM 제공

▷ 서도철과 박선우의 미묘한 관계는 두 사람을 포커스 하는 방식으로도 드러난다.
 
류승완> 서도철과 박선우를 보여줄 때 포커스를 양쪽 다 맞춘 이유가 그 두 사람을 볼 때 선택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줌을 쓰는 테크닉이 낯설 수 있는데, 1970년대 방식이다. 사실 내가 이런 테크닉을 처음 쓴 건 아니고, 예전 영화에서 많이 썼다. 옛날에 쓸 때는 장사도 안되고, 잘 안 먹혀서 안 하다가 '베테랑2'에서 다시 하니까 그 버릇이 또 튀어나왔다.(웃음) 촬영 감독님이 적재적소에 잘 써주셨다.
 
▷ 여러 베테랑 무술감독이 있지만, 이번에는 유상섭 무술감독과 함께했다. 감독이 구상했던 액션 콘셉트, 이른바 '정형외과 액션'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유 감독은 어떤 점에서 적역이었나?
 
류승완> 유상섭 감독님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스턴트로 나오고, '다찌마와 리' 인터넷 버전에서도 스턴트 더블이었다. 액션은 그분이 다 한 거다. 유 감독님은 굉장히 뛰어난 스턴트 플레이어이자, 동시에 최동훈 감독, 나홍진 감독과도 작업을 많이 했다.
 
내 영화 현장에도 항상 같이 있었다. '밀수' 때 처음으로 작업했는데, 너무 호흡이 잘 맞았다. 내가 뿌옇게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이야기하면 너무나 뚜렷하고 풍성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분이 좋은 건 현장에서 되게 냉정하다. 무술은 격렬한 걸 다루다 보니 감정적으로 휘둘릴 수 있는데 그분은 항상 침착함을 유지한다. 외유내강에서 제작한 '인질'도 같이 했는데, 파워풀하면서도 동시에 섬세함을 가진 분이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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