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부터 문자 스미싱까지…횡행하는 사기범죄

[비극 부른 코인 사기②]
국내 첫 가상자산합동수사단 출범 1년…압수·몰수된 범죄수익 1400억
피해자들, '새집 마련' 꿈까지 잃어…"보이스피싱보다 무섭다"
문자스미싱‧투자리딩방 등 SNS 이용한 사기도 '활개'
경찰청 "추석 연휴 기간, 가족·지인에게 예방법 공유해달라"

코인 예치 서비스 업체 대표를 법정에서 흉기로 찌른 가상자산(코인) 사기 피해자 50대 A씨.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법정에서 일어난 흉기피습…코인사기 때문이었다
②'코인'부터 문자 스미싱까지…횡행하는 사기범죄
(계속)

법정에서 가상자산(코인) 사기 피해자가 코인 예치 서비스 업체 대표인 피고인을 흉기로 찌르는 끔찍한 사태의 이면에는 갈수록 악랄해지는 코인 사기 범죄가 있었다. 검찰은 작년 7월 코인 범죄를 전담하는 합동수사단을 처음 꾸려 수사한 결과 1년 동안 수십 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코인 사기 뿐 아니라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악용한 스미싱, 투자 리딩방 사기도 기승을 부리면서 관련 피의자 검거 건수도 증가세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사기 범죄에 당해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명절을 앞두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검찰, 가상자산 범죄 합동수사 1년…18명 구속, 1410억 원 압수·몰수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따르면 작년 7월 26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출범 후 1년 동안 코인 범죄 수사 결과 41명을 입건하고, 이들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 합수단은 투자자 보호 법령·제도 미비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가상자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 등 전문 수사 인력에 더해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국세청 등 7개 유관기관과 협력해 작년 7월 출범했다.
 
대표적인 구속 사례는 코인 사기 범죄로 약 800억 원을 가로챈 '존버킴' 박모씨, 약 900억 원을 편취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형제 등이다. 박씨 등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가로챈 투자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합수단이 1년 간 압수하거나 몰수‧추징보전 한 범죄 수익은 1년간 약 1410억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박씨가 은닉했던 슈퍼카 13대(총액 205억 원) 등 총 846억 원이 압수됐고, 이씨 형제가 보유했던 서울 강남 청담동 소재 건물, 제주도‧강원도 소재 레지던스 등 546억 원 상당의 재산은 몰수‧추징보전 됐다.

호화로운 가해자 일상…사기 피해자들은 명절에도 '고통'

서민 투자자들을 울리는 사기범들에 대한 대응은 강경해지고 있지만, 추석을 앞두고 CBS노컷뉴스가 접촉한 코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50대 피해자 A씨는 올해 '새집 마련'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모은 돈에 퇴직금을 보태 이사하려고 했지만, 사기 가상자산으로 지목된 '○○코인'에 투자하면서 5천만 원의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A씨는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날린 후 하루도 편히 잠든 날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인 B씨는 "(코인 사기범들은) 자신들이 목표한 금액을 채울 때까지 계속 투자자들의 돈을 뜯어낸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범죄보다 무섭다"며 분노했다.
 
A씨와 B씨 등이 가입한 '○○코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현금 다발, 명품 의류 등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며 자랑했다고 한다. 한 대화방 참가자는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음본이라며 "우리 코인이 곧 상장될 것"이라고 홍보했다고 했다.
 
A씨는 "(알고 보니) 업체에서 심어둔 프락치들이 돈 다발을 올리고, 허위로 통화 내용을 조작한 것이었다"며 "지금은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사기라고 느껴지는데 (투자할) 당시에는 군중심리에 휩쓸려 다녔다"고 씁쓸해했다. 이 사건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다.
 

'SNS 이용' 문자 스미싱‧투자리딩방도 기승


사기 범죄는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쉽게, 누구에게나 마수를 뻗치고 있다. 문자 스미싱, 투자 리딩방 범죄는 코인 사기와 세부적인 수법은 달라도 SNS 등을 이용해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문자 스미싱 발생 건수는 2050건으로, 이미 전년 발생 건수(1673건)를 뛰어넘었다. 2020년엔 822건, 2021년 1336건, 2022년엔 799건으로 집계됐다.

이와 맞물려 관련 피의자 검거 건수도 매해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문자 스미싱 피의자 검거 건수는 243건이었다. 2020년엔 43건, 2021년 99건이었고, 2022년엔 89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작년 16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피해액을 살펴보면 2020년엔 11억, 2021년 50억이었고, 2022년엔 41억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작년엔 144억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집계된 피해액은 이미 149억 원으로 전년 연간 집계치를 뛰어넘었다.
 
경찰청이 집계한 투자 리딩방 사기 발생 수는 올해 들어 5월까지 3113건에 달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805명을 검거하고 311명을 송치했다. 피해액은 2872억 원으로 파악됐다.
 
윤건영 의원은 "사기 행태가 점점 진화·복잡해지고 있어 수사기관 초동수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 가정을 파탄내는 악질적 범죄인 만큼 수사기관 등 정부 당국은 실효적인 수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지인 등에게 사기 예방법 등을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령층 등 취약한 사람들만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예방법 전파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라며 "심지어 경찰관이 피해자인 사례도 있다. 본인이 먼저 숙지하고 가족‧친지 등 주변에 알려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청 제공

경찰은 일반적인 사기 범죄에선 저리대출, 신용카드 개설, 택배, 부고 등을 안내하는 미끼 문자를 발송해 피해자들을 속인 뒤 금전 등을 요구한다며 이런 사기 범죄의 공통적인 특징과 다양한 피해 사례들을 숙지할 것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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