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이유 없이 입대하지 않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간에는 해외로 어학연수까지 가려 한 남성의 출국을 금지한 병무청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남성은 '학문의 자유'가 '병역 의무'보다 중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30대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국외여행 허가를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93년생인 A씨는 2013년 6월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았다. 약 4년 뒤 A씨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병무청은 2020년 4월 A씨에게 재병역 판정 검사 통지서를 보냈지만, A씨는 이때도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는 다음 해 3월 또다시 기소 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개로 A씨는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후 A씨는 병역법 제65조 등에 따라 1년 이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사회복무요원 소집대기 중이었던 A씨가 돌연 2023년 10월 병무청에 어학연수를 이유로 국외 여행 허가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병무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25세 이상의 병역의무자가 국외여행을 하려면 병무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자 A씨는 "병무청 처분으로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송에 나섰다. 그는 "학문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침해가 이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더 크다"며 "위법한 병무청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역법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거나 학문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병역법 제70조 1·2항과 같은 법 시행령 145조 등에 따르면 '병무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재병역 판정 검사나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 25세 이상인 보충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국외여행 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병무청의 처분이 A씨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역 의무의 이행을 위한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내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된다"면서도 "A씨의 학문의 자유 등이 사실상 제한되기는 하지만,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 경위 등을 고려하면 헌법에 근거한 거주·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