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나> 한국 신문들이 우리 얘기도 아닌데 1면에 실을 정도가 된 미국 대선 TV 토론. 해리스가 트럼프에 비해 잘했다, 트럼프가 자기애를 극복을 못했다, 이런 게 총평이던데 박수정PD는 실시간으로 현지 반응까지 모아서 왔다고요?
▶박수정> 먼저 명장면 탑 5 중에 미국 모든 언론이 주목한 장면, 해리스가 먼저 다가가 트럼프에게 악수를 처한 장면입니다. "안녕, 나는 해리스야. 만나서 반가워" 무슨 우리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이렇게 기선제압을 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트럼프가 "해브 펀(Have fun)"이렇게 답해요. 바로 막 실시간으로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지금 헤브 펀이라고 한 거야?", "당황해서 저렇게 대답한 것 같은데?"이런 반응들이었어요. 해리스는 이걸 철저하게 미리 계획을 했다고 하거든요.
▶이정주> 대선이 뭐 그런 말 하잖아요. 장소의 정치학, 정상회담이나 대선 후보 토론 이런 자리에서 컨설팅이 다 들어갑니다. 눈빛이나 몸의 각도까지 굉장히 중요해요. 예를 들어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한 거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가 되면 더 권위있어 보이고. 케네디와 닉슨이 미국에서 첫 TV토론을 했을 때, 닉슨에 비해 훨씬 젊고 생기있어 보이는 케네디가 여유있게 양 다리를 꼬고 앉는 모습이었거든요. 그 장면만 보고 케네디가 이겼다, 당시에도 그런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박수정> 90분 토론의 분위기는 딱 요 한 짤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정주> 저 혐오하는 표정.
▶박수정> 이 양반 왜 이러는 거야? 눈썹도 들어올렸다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반면 트럼프는 해리스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이 둘의 바디랭귀지와 제스처와 관련한 분석들도 많았는데요. 트럼프는 해리스를 조금 무시하려는 의도로, 아예 해리스를 안 보고 진행자 둘과 시청자 그러니까 시민들에게만 계속 메시지를 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었고 반면 저 사진에서도 보시면 해리스는 트럼프를 보고 있잖아요. 해리스는 트럼프를 보면서 난 너와 상대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몸의 방향과 시선을 통해서 주려고 했습니다.
트럼프 "She's a Marxist!"
▶박수정> 누가 더 기선 제압과 연출을 잘했냐와 관련해 트럼프의 공격 포인트를 볼까요. 경제 얘기를 하다가 해리스에게 "너 마르크스주의자잖아"라고 말합니다. 해리스에게 "너희 아버지도 마르크스주의자고, 니가 아버지한테 잘 배워서 너도 마르크스주의자지"라고 해요. 해리스의 아버지가 저명한 경제학 교수였잖아요. 그걸 가지고 저렇게 얘기하는 것도 놀랍지만 해리스의 반응이 놀라워요. 얘, 뭐라는 거야, 약간 이런 식으로 쳐다보잖아요.▶이정주> 연습했을 거예요.
▶박수정> 손을 이렇게 턱에 갖다 대면서, 선생님이 약간 말 안 듣는 애를 보는 그런 느낌. 이렇게 눈썹을 올리고 손을 턱에 갖다 대는 이 장면이 약간 짤처럼 돌아다니고 있어요.
▶윤지나> 경멸하는 표정 같은 것도 있지만 안쓰러워하는 표정까지 지어요. 얘 왜 이러니, 안됐다, 뭐 이런 느낌을 주려고. 너 막시스트지? 라고 묻는 장면이 우리나라 같으면 색깔론인 셈인데, 저 말이 나온 배경이 해리스가 과거 자신의 입장을 많이 바꿨다, 이 부분을 공격하려고 트럼프가 꺼낸 거잖아요? 해리스는 소신이 없는 사람이야, 라고 공격 안하고 저렇게 확 넘어가니까 타격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박수정> 맞아요. 트럼프는 해리스가 계속 경제정책에 대해 말을 바꾼다, 그 이유는 진짜 정체가 마르크스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요. 그래서 해리스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 버려요. 오히려 타격감이 있었던 거는 해리스의 발언을 트럼프가 빌려 쓴 대목이었죠.
과거 2020년 해리스가 지금 트럼프 러닝메이트인 벤스와 토론할 때, 벤스가 끼어들자 "나 지금 말하고 있잖아, 끼어들지마" 라고 하는데요. 트럼프가 말할 때 해리스가 끼어들자 트럼프가 "나 지금 말하잖아. 이 말이 너한테 익숙하게 들리지 않니"하고 비꼬아요.
트럼프 "They're eating dogs"
▶박수정> 실시간 검색어 보면 무시무시한 문장이 계속 돌죠. "애완동물 먹기" 계속 검색어 1위에 있었어요. 트럼프가 한 말입니다. 아이티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을 하면서 이민자들을 비난한 건데요.▶윤지나> 이민 포인트는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 그러니까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있었던 바이든 정부를 공격할 때 쓰는 메인 키워드인데. 왜냐하면 너희들이 제대로 정책을 못 펴서 불법 이민자들이 대거 양산된다. 그래서 트럼프가 거기에 열을 올리고는 있는데요.
▶박수정> 그동안 트럼프는 이민자들이 직장을 일자리를 빼앗는다, 범죄를 일으킨다 계속 주장을 해왔는데 이제 그 정도는 약한 거예요. 너네 집 개도 먹는다, 이런 얘기까지 한 거죠.
▶윤지나> 진행자도 그런 공식 보고는 없다, 정정하고 해리스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극단적이시네요, 하고 말았는데 트럼프가 무시무시한 말 또 해요. 낙태 반대 포지션을 취하면서 낙태에 대해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도 살해된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박수종> 그래서 또 진행자가 끼어들어서 미국 어떤 주에서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낙태하는 법은 없습니다라고 한 번 더 팩트 체크를 해줘요. 저 같은 사람이야 토론을 집중해서 보지만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다른 것도 해가면서 보고 있을 거 아니에요. 아기를 죽인다, 네가 키우는 개를 먹는다, 이런 얘기만 단편적으로 들으면 무섭겠죠.
▶윤지나> 해리스가 당선되면 저런 일이 일어날거야! 이런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 예전에 썼던 방법을 그대로 쓰는 셈인데, 효과가 있을까요.
▶박수정> 토론 이후 평가들이 진영 상관 없이 해리스가 우세했다, 라고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도 한두 번 봐야 자극이죠. 오히려 그냥 유머로 소비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정주>우리가 요즘 반국가세력 얘기 나오면 조롱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군요.
테일러스위프트 "그래, 나 애 없는 캣맘인데! 해리스 지지한다!
▶박수정> 제가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를 지지하며 등판할 것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토론을 끝내고 트럼프가 단상 밑으로 내려갈 때쯤 테일러스위프트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엄청난 글을 하나를 올렸습니다. 미리 이제 준비해놓고 있다가 제대로 먹인 거죠. 참고로 팔로어가 2억8천만명이 넘습니다. 고양이 안고 있는 사진을 같이 첨부했는데 올린 지 30분이 안되서 300만 개의 좋아요가 달리더라고요. 나는 이번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취지의 장문의 글. TV토론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보시라, 내가 사전 투표 등록하는 법도 알려줄게.▶윤지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한국에서는 그렇게 인기가 없잖아요. 오히려 칸예 웨스트가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이정주> 이번에 모래사장에서 아주 제대로 공연하고 갔죠.
▶박수정> 칸예가 왜 굳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냐면요. 한국이 그나마 테일러 스위프트가 인기가 없는 곳이어서 그래요. 둘이 지금 원수예요.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이 전세계적으로 너무 강해서 칸예를 손절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투어 공연 한 번 다니면 미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거든요. 테일러노믹스라는 말까지 있으니까요.
▶박수정> 그녀의 정치적 영향력이 얼마나 크냐면, 테일러스위프트가 기권하려던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쳐요.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가 본인 인스타그램에 사전투표 링크를 한번 공유한 적 있었어요. 근데 하루 만에 3만 5천 명의 유권자가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등록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계속해서, 내가 또 공지해 줄게 이렇게 투표하는 거야, 라고 하고 있으니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될 거라는 거죠. 테일러 스위프트가 칸예 웨스트 같은 거물, 레코드 남자 사장, 이런 약간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들과 싸워온 그런 서사가 있거든요.
▶윤지나> 이른바 개저씨에 맞서는 여성 전사 이미지?
▶이정주> 어도어 민희진 그런 건가요.
▶박수정> 테일러 스위푸트는 참지 않아요. 나는 여성대통령을 원한다. 맞서 싸워달라 이런 메시지를 잘 내는 여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