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상승폭이 둔화한 가운데 경제 양축인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고 관련 심리도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잿값이 내리고 환율도 떨어졌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그간 내수 위축에도 우리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반면 글로벌 긴축 기조에도 지난해 말부터 늘어난 통화량으로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면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고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13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9월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올해 7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특히 우리경제 핵심인 광공업(-3,6%)과 건설업(-1.7%)은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0.7%)과 공공행정(6.0%)이 증가해 감소 폭을 줄였다.
광공업 생산에서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8.0%), 자동차(-14.4%), 전자부품(-11.8%) 생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출하는 한 달 새 6.1% 감소한 반면, 재고는 2.6% 늘었다. 7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4%로, 한 달 새 2.4%p 하락한 것이다.
기업 투자도 줄고 있다. 2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1.2%, 건설투자는 1.7% 각각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는 0.6포인트 하락하고 미래 경기 예측 지표인 선행종합지수는 보합(0.0%)으로 돌아섰다.
소비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2% 감소했는데, 7월 소매판매도 내구재(-2.3%)·준내구재(-2.1%)·비내구재(-1.6%) 모두 줄며 1.9% 감소했다.
생산과 소비 부진에 8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92.5로 전월보다 2.6포인트 떨어졌고, 소비자심리지수(CSI)도 100.8로 2.8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기재부는 "8월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과 마트 등 카드 승인액과 자동차 내수판매량 증가가 긍정적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 경기도 불안하다. 미국경제는 5개월 연속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8월 비농업 취업자수가 14만 2천 명으로 시장 예상(16만 4천 명)에 못 미쳤고, 중국경제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로 시장 기대치(0.7%)를 밑돌았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8월 국제유가는 중국의 원유수요 부진 속 미국의 고용지표 둔화 등으로 전월대비 하락(WTI 배럴당 6.2달러↓ 등)했고, 비철금속도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로 가격(구리 -4.5%, 알루미늄 -0.9%0, 니켈 -0.8%)이 내렸다.
이런 가운데 8월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경기지표 부진과 빅테크 수익성 둔화 우려 및 외국인 순매도 등 영향으로 하락했고, 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내렸다. 환율 하락은 국내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원화 강세로 그간 우리경제를 떠받쳐온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편 기준금리 동결에도 통화량은 늘어 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광의통화(M2)는 한동안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지난해 말 이후 증가율이 점차 상승, 6월 들어 전월대비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7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15%, 토지가격은 0.20%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경제동향(8월 그린북)과 비교해 "내수와 관련,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으로 썼다가 이번 달에는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고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전 분야로 확산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경기 전망과 관련해선 "'경기회복 흐름이 전반적으로 보면 지속되고 있다'고 한 부분은 GDP(국내총생산)상으로 2023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수출 중심의 회복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 그 표현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출 호조→기업실적 개선→실질소득 증가→소비 개선으로 이어지는 내수 확산 경로가 속도가 느려지고 끊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예전보다 느리게 가느냐에 대해서는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이 확산 경로가 끊어졌다거나 크게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기재부는 물가안정 기조를 안착하고, 소상공인 등 맞춤형 선별지원과 내수 보강 등 민생안정을 위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의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우리 경제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 추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