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께서 살쪄서 오지 말라고…"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 프로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신장이다. 큰 키가 유리한 스포츠인 만큼, 이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올해 여자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90cm의 최장신 미들 블로커 최유림(전주 근영여고)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170cm 후반대의 세터 김다은(목포여상), 최연진(선명여고), 이수연(중앙여고) 등도 프로 구단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와는 정반대의 이유로 조명을 받은 선수도 있다. 남성여고 3학년 리베로 오선예(157cm)가 그 주인공이다.
드래프트 지원자 중 최단신인 오선예는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로 페퍼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페퍼 장소연 감독은 오선예를 지목한 이유에 대해서 "신장은 가장 작아도 리베로로서 특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이 상당히 빠르고 수비 리딩 능력이 뛰어나다. 또 굉장히 성실하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의 분석대로 오선예는 키는 작지만 장점이 뚜렷한 선수다. 오선예의 장점은 탄탄한 기본기, 빠른 스피드, 성실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선예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IBK기업은행배 전국중고배구대회' 기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점에 대해 "발이 빠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성실함은 기본이다.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팀원들이 보는 오선예는 어떤 모습일까.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남성여고 3학년 이채민과 이송민은 "같은 팀이면 든든하고, 상대 팀이면 까다로운 선수"라고 정리했다.
이채민은 "같이 훈련을 할 때 정말 잘 때렸다고 생각하는 공을 오선예가 갑자기 나타나 수비하는 장면이 수시로 있었다"며 "실전 경기 중에서는 제가 '이건 놓치겠다' 싶었던 공을 멀리서 뛰어와 받아준 적도 많다"고 칭찬했다.
드래프트 당일 오선예의 프로 지명을 친언니가 예언했다고 한다. 오선예는 "언니가 같이 왔었다. 계속 뽑힐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말한 대로 이뤄져서 좋았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에는 "무척이나 좋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내가 이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오선예는 줄곧 부산에서 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페퍼의 연고지인 광주로 넘어가 타지 생활을 시작해야 하다.
이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선예는 "걱정이 되기는 한다"면서도 "같이 입단하게 된 민지민(청수고) 언니도 무척 좋은 사람이라고 전해 들었다. 선배들에 대한 좋은 얘기도 많이 들어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롤모델은 같은 팀 리베로 한다혜를 꼽았다. 한다혜는 프로 데뷔 후 줄곧 GS칼텍스에서 활약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페퍼로 둥지를 옮겼다.
오선예는 "한다혜 선배는 일단 리시브 능력이 출중하다"며 "꼭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발도 빨라서 플레이 스타일을 배워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입단이 확정된 후 장소연 감독에게는 어떤 얘기를 들었을까. 오선예는 "감독님께서 '살쪄 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감독님께서 몸 관리를 잘하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관리를 잘해서 팀에 합류해야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