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 쟁점 법안을 추석 연휴 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추석 밥상에 관련 이슈가 대거 올라갈까 부담을 느끼던 국민의힘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연휴기간 이슈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정협의회와 현장 방문 민생 대책 발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적극 독려 등 '일하는 여당'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계층별 맞춤형 아이템 발굴'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 불안에 특검법·지역화폐법 상정 연기…與, 안도·환영
우 의장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온전한 여야의정협의체 가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쟁점법안의 12일 본회의 상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이들 법안을 통과시켰고, 다음 날인 12일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방침이었는데 제동이 걸린 셈이다. 우 의장은 의료대란이 더욱 시급한 현안이고,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의 여지가 있는 특검법을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불편했던 법안들의 처리가 추석 이후로 밀리게 되자 국민의힘은 환영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우 의장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정부 질문이 있는 날인 12일에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로 의사 결정을 하신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19일 일정을 추가해서 협의토록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 19일 의사일정은 사전에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상정 무산이 공언된 자체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들 법안들이 정부와 여당의 갖은 노력과 무관하게 정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소재이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김 여사 이슈는 회자될수록 민심에 악재고,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세부적으로는 다르다지만 제3자 추천안은 뱉은 말이 있어 당 전체가 난처한 상황"이라며 "일단 시간을 번 자체가 소득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생·의료 여당 역할 부각 기회…3일 연속 당정협의·현장 최고위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불안 해결과 민생 경제 회복을 핵심 의제로 보고 여당의 이점인 정부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구체적인 대책으로 주도권을 잡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민생과 관련해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전날에는 수확기 쌀값과 한우 가격 안정 대책에 초점을 두고 밥쌀 재배면적 2만 헥타르 분량의 쌀을 사들이고, 암소 1만마리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날은 금융 취약계층 보호와 불법 사금융 근절에 초점을 두고 미등록대부업, 최고금리 위반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 대부 계약의 범죄이득 박탈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세세한 대책을 제시했다.
12일에는 추석 성수품 출하 현장 시찰에 나선다. 한동훈 대표가 직접 경기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찾아 현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물가 점검, 민심 청취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의료 대란 해법과 관련해서는 당정 사이 일부 이견이 노출되고 있지만,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주도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는 양상이다. 이날 부산대병원을 찾은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일부 참여하겠다는 (의료계) 단체라도 (있다면) 먼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의대증원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하며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대통령실이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호소라 생각한다"고 평가하는 등 대화를 독려하자는 데에는 뜻이 일치했다.
국민의힘은 12일에도 의료 불안 해소를 위해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여야의정협의체 구성과 추석 의료 상황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1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방문에 이어 12일에는 동대문구 린 여성병원을 찾아 추석 응급의료체계 현장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할 예정이다.
한 중진의원은 "의료 불안은 현실이기에 반복적으로 국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대안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밥쌀 매수와 같이 현장 농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정책들은 더 적극 발굴해야 할 것 같다"며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