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예능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폭행 및 임금체불이 발생하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유니온)가 그 전말을 밝혔다.
이들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부산에서 진행된 미술 예능 프로그램 촬영 과정에서 감독급 스태프가 메인 작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를 다른 작가가 제지하려고 하자 해당 스태프가 그 작가의 목을 졸랐다.
큰 충격을 받은 작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며 제작을 중단했으나, 제작사 측은 7월 9일 작가진 6명 전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작가를 고용했다. 뿐만 아니라 2500만 원에 달하는 6명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송작가유니온 박선영 수석부지부장은 "방송 만들 준비를 할 때부터 기획회의를 하고, 대본회의를 하고, 섭외를 하고, 소품을 빌리고, 현장까지 소품을 나르고, 출연자의 케어를 하고, 원고를 바탕으로 녹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메인작가에게 소리치는 스태프를 말리다가 되레 목이 졸렸다. 너무도 속상한 작가진은 항의를 했고, 이어 해고를 당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4회분 녹화까지 마쳤으나 제작사는 정작 한 푼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이제와 제작사들은 제작사가 바뀌었다, 내가 고용한 작가가 아니다, 심지어 알아서 와서 일을 했다, 등의 핑계를 대면서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 어느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와서 알아서 일을 했단 말이냐"라고 반박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노동청 조사 담당자는 이미 임금체불 진정을 진행 중인 작가들에게 작가집필계약서를 작성한 점,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점, 제작사 대표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에 함께 참여했단 방송작가 C씨는 "제작사 대표는 근로 감독관에게 작가들에게 자신이 직접 일을 지시한 적이 없으니 작가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며 시치미를 뗐다"며 "단순히 제가 일한 돈을 받지 못한 다는 것이 아니라 이 노동에 분명한 결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서 보호 받지 못하며 아무런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불이익 처우 처벌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노동법 사각지대인 예능 제작 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예능작가 실태조사와 관련한 노동당국의 관리감독 요구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