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이달 초 전국의 병원 30곳 이상을 현장 방문한 결과 대학병원들의 인력난 호소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배후진료 등 응급실의 누적된 문제는 의사 집단행동 이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란 점을 들면서 의료개혁을 통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련병원, 즉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응급병원 역량이 축소돼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 중이지만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높았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사직과 인력난, 배후(진료) 문제 심화 등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수련병원 등 중소병원들은 새로운 큰 문제는 없었지만, 대학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진료하고 환자를 분산한 결과 환자가 많이 늘어 피로도가 함께 올라간다고 호소했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실 8개 수석비서관실의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지난 5~10일 사이 17개 시·도의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등 34개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이러한 내용의 애로·건의 사항을 청취했다.
대통령실은 '의료인 면책 요구' 등 현장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이 기존의 추석 응급의료 특별대책이나 의료개혁 과제와 중복될 경우 재차 상세하게 설명하고, 새롭게 건의된 사안일 경우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의사항으로는 의료개혁 과제와 관련해 의료인 민·형사상 면책을 절실하게 원했고, 지역의료 필수의료 확충과 투자에 대한 건의도 많았다"며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배후진료 수가 개선, 지방 중소병원 구인난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면책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려하는 민형사상 문제에 대해 배상책임보험 가입, 형사적 감면조항 등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 재정 지원, 인력 지원에 대한 건의도 많았는데, 가령 소아응급센터와 분만기관에 대한 국비 지원과 수가 인상, 진료지원간호사 채용 지원, 전공의 공백을 메울 교수 사기 진작 방안 등이 거론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병원 간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한 연쇄 인력 이탈, 재정난 압박 등을 호소하면서 군의관, 공보의 파견을 요청하는 병원도 많이 있었다"는 한편 "SNS를 통한 파견 인력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 행태가 응급실 업무 거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현장 의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건강보험 선지급금 상환 유예 △소방과 병원의 환자 분류 체계 불일치 문제 △소방의 전문성 향상 △배후진료와 순환당직제 확대 △응급실 수술에 대한 개원의 활용 등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배후진료, 저(低)수가, 환자의 대형병원·수도권병원 선호와 쏠림, 민형사상 책임을 우려한 환자 인수 기피, 소방과 병원 간 환자 진단과 분류상 이견으로 인한 원활한 환자 이송의 어려움 등 문제들은 집단 행동 이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라며 "과도하게 전공의에 의존해 온 문제들이 집단 행동을 계기로 부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이를 치유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료진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게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보고된 내용"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응급의료 현장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료진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선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독려 차원이란 해석을 내놨다. 조건을 따지기보다 우선 이 협의체에 참여해 안건을 열어놓고 얘기하자는 취지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한 대표께서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호소라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