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식 라볼피아나'는 이번에도 실망스러웠다. 후방부터 시작되는 짜임새 있는 공격 빌드업 작업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팔레스타인에 이어 오만을 상대로도 전술 능력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 오만전에서 3 대 1 승리를 거뒀다.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겨우 따낸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전반 10분 황희찬(울버햄프턴), 후반 37분 손흥민(토트넘),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주민규(울산 HD)의 중거리 골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이날 홍 감독은 1차전 팔레스타인전과는 전혀 다른 선발 라인업을 꺼내 들며 자신에 직면한 위기 타파를 시도했다. 이중 눈에 띈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와 센터백 정승현(알 와슬)이다.
우선 두 선수 모두 중동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 홍 감독의 선발진 구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 원정은 언제나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오만은 이날 경기 직전 홈에서 치른 A매치 9경기에서 6승 3무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중동 국가와 최근 4번의 맞대결에서 3무 1패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또 홍 감독이 울산 사령탑으로 역임하던 시절 두 선수 역시 같은 팀에서 뛰었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익숙한 선수들을 라인업에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둘의 역할은 전술적으로도 아주 중요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유였던 '라볼피아나' 전술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을 선임하며 '홍명보식 라볼피아나' 전술을 극찬했다. 이 이사는 "빌드업 시 라볼피아나 형태로 운영을 하고 비대칭 백3 변형을 활용해 상대 뒷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한다"며 "상대의 장점을 잘 살려 라인 브레이킹을 하는 모습이 있다"고 홍 감독의 전술을 평가했다.
라볼피아나 3백 전술의 전제 조건은 발밑이다. 이를 수행하는 선수들에게는 패스 능력은 물론이고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 가담 능력까지 요구된다.
아쉽게도 박용우와 정승현의 본래 플레이 스타일은 이 전술과는 어울리지 않다. 188cm의 큰 키를 가진 박용우는 피지컬을 이용해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선수다. 정승현 역시 최장점으로 제공권이 꼽히는 수비수다.
결국 허점이 드러났다. 경기 내내 박용우 혹은 정승현의 발끝에서 시작하는 빌드업은 그리 효율이 좋지 못했다.
또 두 선수가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 경기를 할 때는 볼 키핑 능력에 한계를 보이며 역습 위기를 맞는 순간도 다수 있었다. 이 탓에 발이 빠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주변 선수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경기가 끝난 뒤 홍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을 지적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홍 감독은 앞서 "더 효율적이고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공격 전술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과 76위 오만을 상대로도 수비 진영부터 시작되는 공격 빌드업은 삐그덕댔다. 이로 인해 축구 팬들은 두 경기 연속 효율적이지도, 완성도가 높지도 않은 경기력을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