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본 측의 왜곡이 담긴 사도광산 안내책자에 대해 "그러한 자료가 있다는 걸 못 받아들이냐"며 야당을 향해 오히려 따져 물었다.
한 총리는 1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일본 측에서 만든 사도광산 안내책자에 대해 왜 항의하지 않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에 "자료로서 만들어진 것인데 위조해서 (다른 것을) 전시하라는 거냐"며 이같이 대꾸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일본 정부의 위탁을 받은 일본 시민단체가 만든 안내책자(리플렛)에서 비롯됐다. 해당 책자에는 '반도인은 둔하고 기능적 재능이 극히 낮다', '반도인 특유의 불결한 악습은 여전히 바뀌지 않아서 위생 관련한 (정보를) 보급해야 한다', '조선인만 노예처럼 일을 시켰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어디 진실이 있는가'라는 등의 왜곡된 내용이 담겨 있다.
장 의원이 이에 대해 "분노하지 않느냐"고 따져묻자, 한 총리는 "분노한다"면서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동원돼서 일한 것에 대한 전시를 해달라고 (일본 측에) 요청하니까, 같이 들어있는 전시를 하기 위한, 한국에서 동원된 노동자가 강제적으로 일했다는 걸 표현한 것과 지금 지적하신 내용이 같이 있는 것을 전시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장 의원이 재차 "왜 두고 보냐"고 따져 묻자, 한 총리는 "지금 지적한 일본 시민단체가 만든 자료가 지금 전시돼 있는 것이냐"며 전시와 배치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시(展示)는 "여러 가지 물품을 한곳에 벌여 놓는 것"이고 배치(配置)는 "사람이나 물자 따위를 일정한 자리에 나누어 두는 것"이다. 한 총리의 발언은 일본 측이 문제의 책자를 전시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책자와 같이 배치해 뒀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총리는 "여기 보라, 두 개의 책자가 다 있지 않느냐"며 "우리로 봐서는 화가 나는, 대한민국 국민을 비하하는 내용이 있고, 그러나 한국인 노동자가 도주 및 수감했다는 그런 사실(을 담은 책자)도 같이 있는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 총리는 또 두 종류의 책자를 손에 쥐고 흔들며 "(일본 측 책자도) 자료로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걸 위조해서 전시하라는 거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건 아니지 않나. 그러한 자료가 있다는 것을 못 받아들이냐. 너무 일방적"이라며 장 의원을 질타하는 듯한 제스처까지 취했다.
이에 장 의원이 "대한민국 총리가 맞느냐"고 묻자 한 총리는 "작년에 후쿠시마 (오염수) 갖고 싸울 때 일본 총리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모욕하지 마라"고 되받아쳤다.
이어 "국민을 움직이는 정치의 힘은 모욕과 능멸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원님이 맨날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