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금감원장 사과…은행 "실수요자 대출됩니다"

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가계대출 폭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에 맞춰 대출 문턱을 높여왔던 은행들이 앞다퉈 '실수요자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투기 수요는 차단하되,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등 실거주 목적의 대출은 문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자 불편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그 판단을 은행에 맡기겠다는 입장이 정리됐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걸어잠궜던 일부 은행들이 다시 예외조항을 두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10일부터 1주택을 소유하더라도 처분 조건일 경우 예외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지난 6일 무주택 세대에만 주담대를 허용하기로 한 대출 규제 방안에서 주담대 실수요자 보호 차원으로 선회한 것이다.

신용대출도 원칙적으로 최대 연 소득까지만 가능하지만,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 연 소득 150%(최대 1억원)까지 한도를 넓혔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1억원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임차보증금 반환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KB국민은행도 가계대출 규제 예외로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 집을 사는 경우나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사는 경우는 가능하도록 예외 조건을 안내하고 있다.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연간 1억원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도 결혼, 직장과 학교 수도권 이전 등의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건을 알렸다. 이들 시중은행들은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한다.

1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방침은 금융당국이 그간 관치 논란과 함께 대출 현장의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가계대출 관리의 키를 은행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세밀하게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며 "국민과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하는 분들께 여러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다"고 최근 대출 현장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이 원장은 "특정 차주군에 대해 모든 은행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은행별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응해 달라"며 "가계대출 관리는 개별은행의 단기적인 관리 차원이 아니라 거시경제, 장기적 시계에서 은행권이 자율적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출 관련 리스크 판단은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관치 논란에 해명했다.
   
은행장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7~8월중 예상치 못한 가계대출 수요 급증으로 속도조절이 어려웠던 일부 시중은행이 자체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 여신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또, "신규 분양주택 전세자금대출도 여전히 상당수 은행에서 취급 가능해 대출절벽 등 수요자 불편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매월 대출 신청·상환 예측물량 등을 추정해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신규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