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동 시흥시체육회장 "'학교 개방'으로 웰빙 생활체육 활력"

지난 6일 경기 시흥시체육회 정원동 회장이 시흥지역 한 카페에서 C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우리 어렸을 땐 학교 운동장이 늘 열려 있었잖아요. 동네 사람들 모여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그게 다 추억이었는데…"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엔 그랬다. 학교는 누구나 드나들며 운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게 닫혀 있다. 범죄에 노출되는 등 관리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정원동(53) 시흥시체육회장은 배구선수로 뛰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과 후 친구나 이웃들과 뛰어놀며 수다 떨던 학교 운동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46개 종목 단체로 구성된 시흥시체육회는 회원수가 3만 3천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역에는 운동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 회장이 2년여 전부터 초·중·고등학교 체육시설 개방에 열을 올린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누그러질 쯤 사람들은 다시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체육시설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감당할 방안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 6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활체육인들이 급증하고 있으나 운동할 공간을 찾기 힘들다"며 "가장 효율적이고 접근성 좋은 곳이 '학교'라는 점에 대해 교육계와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관·정 협력해 학교 개방…촘촘한 '부작용 방지책' 마련

지난 2022년 8월 시흥교육지원청과 시흥시, 시흥시체육회는 학교 시설 개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흥교육지원청 제공

실제로 시흥지역에서는 지난 2022년 8월 시흥시와 시흥교육지원청, 시체육회가 '학교시설 개방 활성화'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학교 체육시설 개방에 나섰다. 올해까지 세 차례 협약을 통해 참여 학교는 84곳으로 늘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늘어난 생활체육 수요를 충당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며 "지역의 체육시설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관들과 손을 맞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배경에는 정치권의 제안이 있었다. 안광률(시흥1·교육기획위원장) 경기도의원이 시체육회에 학교 체육시설 개방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문정복 국회의원 등과 함께 지역 교육계와 전방위 논의를 거쳐 협조 체계를 구축한 것.
 
그 과정에서 걸림돌은 학교장에 부여된 '과도한 책임'이었다는 게 정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범죄 피해나 훼손 등의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교장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학교 측의 시설 개방을 설득하는 게 과제였다고 했다.
 
정 회장은 "교내에서 문제가 생기면 교장 선생님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부담이 됐던 것 같다"며 "이를 시체육회가 분담을 어떻게 할지가 주요 쟁점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시설 개방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시체육회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했다"며 "정해진 시간대에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 설득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시체육회는 학교 측 관리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종목별 이용시간 조율 및 엄수 △체육회 주도의 현장 모니터링 강화 △안전사고 예방 활동 △화장실 청결 유지 및 음주 단속 △동호회별 책임자 지정 등이다.
 
그는 "철저하게 학교 일정을 기준으로 동호회들의 이용 시간을 협의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체크리스트(점검표)를 만들어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벌칙으로 향후 시설 이용에 제한을 주는가 하면, 학교 측에 연간 200~300만 원 정도 비용도 지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흥시 예산지원도 한몫→생활체육 저변 확대 효과

세 기관의 두 번째 체육시설 개방 관련 MOU. 시흥교육지원청 제공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학교 시설 개방 활성화에 한몫했다는 게 정 회장의 평가다. "시흥시가 시설 개방 학교에 별도로 이용료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체육관 300만 원, 운동장 포함 시 500만 원 등)하고 있다"며 "시는 물론 교육지원청에서도 예산을 투입할 토대가 마련돼 시설 개방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런 노력과 지원 덕분에 지역의 생활체육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배드민턴은 실내체육관들이 제한돼 운동할 곳이 없었는데, 학교 개방 이후 민원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해당 종목 동호인들도 기존 3천 명에서 4500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효과를 자부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시흥지역의 학교 체육시설 개방이 전국적인 선사례가 되길 바랐다. 그는 "학교뿐만 아니라 기타 시립, 도립 체육관들이 개방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지방보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대도심 중심으로 체육시설 개방 시스템이 적극 도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흥종합운동장 건립+시체육회 재정 안정 관건"

지역 체육계의 숙원 사항으로는 '시흥종합운동장' 건립을 꼽았다. 종합운동장을 신설함으로써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에 걸맞게 체육 저변을 넓히고, 각종 대회도 유치하자는 취지다.
 
정 회장은 "종합운동장이 없다보니 경기도 체육대회 등 굵직한 이벤트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민구단이나 소규모 종목 단체들은 활성화돼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종합운동장을 세워 지역의 체육문화 대변신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의 또 다른 요구사항은 시체육회 예산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배정과 운용이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시가 지역 내 일부 체육시설을 시체육회에 위탁·운영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그는 "체육시설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체육인들이다"라며 "시체육회가 일부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시에 반환하고, 다시 시체육회가 체육예산으로 돌려받는 체계를 도입하면 안정적인 재정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또한 "이를 위해 시의원들이 공감을 해줘야 하는데, 이미 도시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며 "체육시설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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