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은 지난달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대표팀과는 더 이상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 이어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조사단을 구성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관리, 운영 실태 등을 면밀히 들여봤다.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중간 브리핑을 개최하고 안세영의 발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비(非)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에 대한 조사 결과와 입장을 밝혔다.
현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 28세, 여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세계 배드민턴 연맹 승인 국제대회(국가별 참가인원의 제한이 없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2016년 규정 신설 당시의 기준은 남자 31세, 여자 29세였지만 이용대, 신백철, 고성현 등이 직업행사자유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고 협회는 패소 이후 2019년 5월부터 해당 규정을 현행대로 완화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기타 국내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처럼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미국, 일본, 덴마크, 프랑스 등 해외 다수의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안세영을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단 일부와 면담을 거쳤다. 대다수가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했다. 일부는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하지 않고 개인 활동에만 전념할 경우 외부 후원의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반대로 축구와 배구 등 규제가 없는 다른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활발하게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도 존재한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대회 출전 제한은 선수의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문체부는 선수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협회의 규정에 대해 즉각 폐지를 권고했다.
협회는 선수의 임무로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을, 선수의 결격 사유 중 하나로는 '본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정당 지시에 불응할 경우 1회 위반 시 자격정지 6개월 미만, 2회 위반 시 자격정지 6개월 이상 1년 미만, 3회 이상 시 자격정지 1년 이상 등이다.
문체부는 "故최숙현 선수의 사건 후 체육계에게 공식 폐지됐음에도 잔존하는 규정으로 즉각 폐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실제 예전보다는 상황이 달라졌는데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가 아직도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인 게 사실"이라며 "선수촌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 등을 거친 후에 지도자와 선수가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조건 하에 해당 제도를 폐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체부는 오는 9월말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