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한 관행을 폭로한 안세영의 발언 이후 직접 조사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사 계약 방식과 후원금의 선수단 배분 등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실시했다.
지난달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던졌던 '폭탄 발언'의 후폭풍으로서 문체부는 파리 올림픽 직후 조사단을 구성했다. 문체부는 현재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사업 점검, 협회 운영실태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브리핑에 나선 이정우 체육국장은 먼저 배드민턴협회의 제도개선 과제를 지적했다. 협회의 후원계약 방식과 후원금의 국가대표 선수단 배분 등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다수의 타국 협회들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용품은 사용을 강조하지 않는다.
기타 국내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종목 중 배드민턴처럼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을 선수들에게 예외없이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는 복싱(글러브, 운동화)이 유일하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 48명 중 국제대회 일정을 고려해 22명의 의견을 청취했는데 국가대표 선수 다수는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라켓, 신발 등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 후원사와 계약 체결을 심의하는 이사회에서 신발은 강제 사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 개진이 있었으나 김택규 회장의 반대로 현행대로 결정됐다는 내용의 회의록도 공개했다.
문체부는 선수들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개선을 위해 협회 후원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체부는 후원사의 후원금이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후원사가 아닌 다른 업체가 후원사로 있었던 2017년 당시 국가대표 운영지침에는 전체 후원금(약 361만 달러)의 20%(약 72만 달러)를 경기력 성과비 명목으로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협회가 2021년 6월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협회는 이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할 시 후원금의 선수단 배분과 별도의 보상 체계로서 후원사의 보너스가 선수에게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선수단이 문체부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처음으로 해당 사실을 인지했고 특히 후원사 보너스 계약에 대해서는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문체부는 향후 협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해 협회의 전체적인 상금 지원 체계를 살펴보고 타 종목과 비교 등을 실시해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