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은 왜 국민을 기만하게 됐을까?[권영철의 Why뉴스]

이원석 총장, 수사심의위 구성 때부터 무혐의 예상했을까?
김 여사 고발 후 5개월 넘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야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
결론이 뻔한 수사심의위에 회부…결국 국민 기만 아니냐는 비판


[박지환 앵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5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사실,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마무리는 흐지부지되는 모양새가 연출됐는데요.
 
왜 이렇게 됐는지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수사심의위회의 결론은 사실 예상되지 않았습니까? 수사심위의 전날, 권영철 대기자도 여기 뉴스톡에서 한번 짚었어요. 별거 없을 거라고.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수사팀에서 무혐의 건의를 했는데 이를 검찰총장이 뒤집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수사심의위원회에 검찰 수사팀과 김건희 여사 변호인이 참석했는데 양쪽 다 같은 의견입니다.

의견진술을 일방적인 내용만 듣게 된 겁니다. 반대되는 최재영 목사 쪽 의견은 들을 기회를 주지 않고 의견서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수사심의위원회가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법률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리고 검찰이 확보한 증거나 진술을 모두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검찰과 당사자쪽의 설명만 듣고 판단해야 합니다.

검찰쪽은 무혐의라고 하고, 김 여사 쪽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하는 설명만 듣고 판단하는데 어떻게 기소의견이 나오겠습니까? 그래서 이원석 총장이 수사심의위 회부가 실익이 없으므로 안할 가능성이 높을 걸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이 총장은 예상과 달리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고, 예상대로 결론이 나온 겁니다.

류영주 기자

[앵커] 이원석 총장이 처음에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할 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요?

[대기자] 사실 의문이 듭니다.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서 신속 수사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는 기소가 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검찰 고위직 출신들도 다들 이렇게 예상했다고 말합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을 대상으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무혐의를 전제하고 한다면 그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그 이후 '법불아귀'(법은 지위 높은 사람이라고 하여 그 편을 들지 않는다)니 뭐니 하면서 강한 수사의지를 여러차례 내비쳤습니다.  

[이원석 총장]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그런 원칙과 기준을 우리가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고 있고…."

이 총장은 이런 의지로 인해, 검사장급 인사에서 패싱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심지어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하면서 사후 보고하는 '역대급 수모'를 당했습니다. 검찰총장이 권력의 눈 밖에 나서 밀리기는 했어도 공개적으로 이렇게 무시당하는 경우는 처음인 걸로 기억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원석 총장이 처음부터 국민을 기만했거나 아니면 흘러가는 상황이 국민을 기만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원석 총장과 가까운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총장은 원칙주의자로 국민을 기만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서도 "결과적으로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측면이 있다. 총장으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한계가 그런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원석 총장이 국민을 기만했거나 기만하도록 내몰렸을거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보십니까?

[대기자] 이원석 총장이 국민을 기만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있었습니다.

[앵커] 세 차례나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원칙주의자로 불리는 이원석 총장이 처음부터 국민을 속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한 셈이 되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는 최재영 목사가 샤넬화장품과 명품가방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고발이 있은 뒤 5개월 여 동안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명품가방을 전달하는 사실이 영상으로 나와 있고 고발이 됐습니다. 검찰이 다른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한 달 이내에 마무리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들이 말합니다.

물론 그 기간 이 총장은 용산 대통령실과 조사방법이나 조사시기 등을 두고 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실제 드러난 행동은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뒤 한 달도 안돼 갑자기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겁니다.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할 때는 고급화장품과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법리 검토가 끝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청탁금지법만 적용할 것 같았으면 전담 수사팀까지 구성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검사장 인사에서 패싱당하고, 심지어 부하들로부터도 패싱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와 김건희 여사를 검찰 청사로 소환조사해야 한다는 이 총장의 원칙은 무너졌습니다.

이 총장의 의지가 외관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과정도 결과도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게 됐습니다.

세 번째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게 '꼼수'가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김건희 여사 출장 조사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은 이원석 총장이 총장직을 그만둘 거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감찰조사도 제대로 못했고, 실익이 없어서 하지 않을 거라고 봤던 수사심의위원회 회부는 강행했습니다.

이원석 총장은 수사팀의 무혐의 건의에 대해 "증거 판단과 법리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를 했다고 대검찰청이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수사심의위에 회부했을까요? 저 정도의 평가를 했다면 사회적 논란이 일더라도 책임지고 마무리를 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이 총장은 "검찰도 많은 고민을 했고 검찰 결론 뿐 아니라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숙의를 거쳐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수심위의 판단이 검찰과 동일하다면 국민들이 검찰의 판단이 옳다고 봐주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들렸습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수심위 회부가 이 총장 자신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 위한 '모양갖추기'가 되어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류영주 기자

[앵커] 정말 기소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을까요?

[대기자] 특수통 출신의 전직 검찰 관계자들에게 "주임검사였다면 기소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당연히 기소할 것이라는 답변이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래요? 어떤 이유로 기소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대기자] 전직 한 고검장은 검찰이 다른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소하는 사례를 들어서 설명했습니다.

김만배씨와 관련된 중앙 언론사 간부 2명을 기소했는데, 배임 가능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중앙 언론사 사회부장이 분당에서 부동산 개발하는 사람과 업무관련성이 높지 않는데도 적극적으로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했다는 겁니다.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과 VIP만찬 초청은 공무원의 업무인데, 최재영 목사는 이를 청탁했고, 김 여사가 이를 성사시켰으며, 최 목사가 샤넬화장품과 명품백을 사전에 사진까지 보내면서까지 감사의 의미로 전달했다면 그게 알선수재가 성립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국정원 댓글수사팀'을 구성했을 때도 기소하겠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윤석열 검찰'이 이른바 '살권수'(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명분을 얻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살권수'는 없는 듯 합니다.

[대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추석연휴 기간 중인 9월 15일자로 임기를 마칩니다. 이 총장 2년을 돌아보면 '검찰 오욕의 역사'라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살권수'는 고사하고 김건희 여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호통 한 방이면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검찰의 모습만 확인됐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야당이나 죽은 권력에는 온갖 칼을 들이대며 난도질을 하는 권력의 충견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고, 검찰이 '공소청'으로 바뀌게 된다면 가장 큰 '공로자'라는 불명예만 남기게 될 것으로 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이 김건희 여사 가족도 아니면서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전담수사팀 구성 때 반짝하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는 존재감 없는 검찰총장이었습니다.

검찰청법 4조에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라는 말이 나옵니다만,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공익보다는 권력자의 사익에 충실한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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