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심야 로켓배송을 해오던 고(故)정슬기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사업장에선 여전히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쿠팡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와 유가족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무분별한 배송 속도 강요에 대한 공적 규제와 이를 위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송 속도 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 업무시스템 아래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1일에는 경기도 시흥2캠프에서 택배분류노동자 고(故)김명규씨가 새벽 2시쯤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고, 시흥2캠프에선 같은 달 26일에도 50대 남성 노동자가 심정지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월 18일에는 제주의 택배분류노동자가 사망하고 택배배송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
앞서 5월에도 쿠팡 퀵플렉스 기사로 일해온 고(故)정슬기씨가 과로로 숨졌다. 고인은 지난 5월 28일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정씨의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대책위는 고인의 휴대폰 기록을 통해 쿠팡CLS가 과로의 직접적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쿠팡CLS(Coupang Fulfillment Service)는 쿠팡의 물류 서비스 자회사로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켜 보관, 포장, 배송까지 관리하는 회사다.
당시 대책위와 유가족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쿠팡CLS 직원은 "6시 전에는 끝나실까요",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라고 하자 고인은 "최대한 하고 있어요. 아파트라 빨리 안되네요"라고 답했다.
이어 직원은 "네 부탁드립니다 달려주십쇼 ㅠ"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고인은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故)정슬기씨의 아버지는 "쿠팡에 아들의 죽음을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며 수많은 기자회견을 했지만 쿠팡은 오늘까지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무도한 쿠팡의 참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선 국회의 쿠팡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 강민욱 집행위원장은 "문제의 핵심은 쿠팡의 노동환경과 산업재해 사고들이 전부 제대로 확인되지 못하고 감춰져 있었다는 것"이라며 "고(故)정슬기님의 유족이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로켓설치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고(故)김명규님 유족이 사고 순간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는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책임과 권한이 있다"며 "이러한 대응이 늦어질수록 유족과 산재당사자들의 피해와 고통은 점점 커져갈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