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성폭행 등 직장 내 성범죄 피해가 남성보다는 여성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범죄 피해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여성 응답자 498명, 남성 응답자 502명이 참여했다. 고용 형태별로는 정규직 600명, 비정규직 400명이 응했다.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에 관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직장인 중 관련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15.1%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 응답자 중 '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7%였다. 남성 응답자 중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0.6%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고용 형태에 따른 결과를 살펴보면 '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를 고른 정규직 응답자 11.3%였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 응답률 20.8%에 달해 약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151명 중에 그 수준이 '심각했다'를 고른 비율은 54.3%였다.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98명 중 '심각했다'는 응답률은 58.2%였다. 피해 경험이 있는 남성 53명 중 같은 답을 고른 비율은 41.8%였다.
'성추행·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전체 응답자에게 가해자가 누군지 물은 결과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용자(22.5%)', '비슷한 직급 동료(19.2%)', '사용자의 친인척(9.3%)'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4.6%)'이 뒤를 이었다.
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151명 중에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는 응답은 23.2%에 달했다.
성희롱에 관한 조사 결과, 전체 직장인 중 22.6%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3년 8월 실시한 조사 결과(26%)에 비해 3.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경험 시점이 1년 이내'라고 답한 비율은 20.8%로, 2023년 8월(14.2%)보다 6.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226명 중 '피해 이후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5%였다.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이들(226명)에게 가해자가 누군지 물은 결과,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0.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사용자(23.5%)', '비슷한 직급 동료(17.7%)'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사용자의 친인척(7.5%)',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5.3%)'이 차지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226명) 중 7.6%만이 '회사, 경찰,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고 답했다. 55.8%는 신고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고, 13.7%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응답은 22.1%였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성희롱 사례 207건 중 신고를 포기한 이유에 대한 응답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5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가 26.6%로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범죄를 규율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뿐만 아니라 성평등 인식 재고와 성차별적 조직문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번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