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로 휴식기를 보낸 그룹 샤이니(SHINee) 온유가 돌아왔다. 이번엔 그룹 활동이 아닌 솔로로서다. 데뷔 후 16년 동안 함께한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지금의 그리핀 엔터테인먼트로 옮긴 후 처음 내는 앨범이다. 무엇보다 전곡 프로듀싱과 작사에 참여해 '프로듀서 온유'로 첫걸음을 내딛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온유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플로우'(FLOW)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이번 앨범에서는 가창뿐 아니라 작사와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프로듀서 온유'의 데뷔작이기도 한 셈이다.
컴백 소감을 물었을 때 온유는 "제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들을 프로듀싱하면서 처음 제 생각을 비치는 앨범을 내게 됐다"라며 "처음 해 보는 거라서 서툴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실 수 있을 만한 일상적인 소재를 다뤄봤다.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새로운 회사로 와서 내는 첫 솔로 앨범이 '플로우'다. 온유는 "이전 회사에서 못 해 봤던 경험도 해 본 것 같다. (그땐) 결정을 주로 했다면, 데모(임시 곡)를 직접 찾아서 듣는다거나 수급된 걸 어레인지하고, 작가님과 소통도 해 보니까 새로운 경험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재밌게 많은 걸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달라지고 나서 프로듀서를 자처한 온유는 "(이전 회사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듀싱을 손대거나 하는 게 아니다. 도전의 의지가 강했다"라며 "좋은 회사이지만 이전엔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선 사실 제 생각이 조금 더 들어갔다. 제 생각, 욕심이 들어간 앨범"이라고 부연했다.
자기가 하는 음악을 좀 더 '장악'하고 싶어서 환경을 바꾸었다는 뜻일까. 그러자 온유는 "장악이라기보다는, SM에서도 할 수 있는 건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건) 조금 다른 시도였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일단 샤이니로 데뷔했기에 사이니 온유라는 사람이 부를 것 같은 노래와 콘셉트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라며 새 타이틀곡 '매력'(beat drum)을 언급한 온유는 "랩을 하거나 드럼 치는 장면이 처음 나간 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얘 또 다른 걸 하는구나' 싶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런저런 배움을 조금 더 해 보려고" 한 흔적이 앨범에 담겼다.
구체적으로, 앨범에 반영하고자 했던 '온유의 생각'은 뭘까. 온유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시간의 흐름에 맞게, 어떤 곳에서든 저다움을 유지하는 거다. 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제) 행복이 넘쳐흘러서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온유가 생각하는 '나다움'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요즘에는 어떤 상황이든 즐기려고 하고 있다, 여유롭게. 물론 여유롭지 않을 때도 있지만 상황에 맞게 저를 담다 보면 어떤 그릇에도 담지 않을까.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무언가에 뛰는 마음을 드럼 비트에 빗댄 업비트 팝 넘버 '매력'이 타이틀곡이다. 키치한 보컬과 신스 멜로디, 디스코가 결합된 드럼 비트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 노래에서 온유는 랩에도 도전했고, 티저 영상에서 드럼 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불안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운을 뗀 온유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더라도 지금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 거 같다. 실패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나아갈 때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을 이었다.
'매력'이 타이틀곡이 된 이유가 궁금했다. 앨범에서 가장 '도전적인' 노래이기 때문일까. 온유는 "사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제가 생각했을 땐 가장 쉽고 잘 들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매력'은 굉장히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이기도 하고 내포된 뜻도 다 아실 거고, 그래서 되게 쉽게 따라 하시고 같이 즐길 수 있다고 본다. 공연에서도 아마 부담감 없이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신곡 '매력'으로 보여주고 싶은 '온유만의 매력'을 묻자, 온유는 "온유라고 하면 다 아실 수도 있고, '쟤 누구야?' 하실 수도 있지만 제 강점은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저를 따라 할 수 있는 분이 많이 안 계신 게 되게 큰 장점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본인의 목소리를 묘사해 달라는 요청에는 "들어본 말은 '동굴 속에 있는 소리'? 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청량함'이라고 써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미니앨범 '플로우'는 지난 3일 공개됐다. 정식 발매 전 '월화수목금토일'과 '올라!'(Hola!)를 선공개한 이유를 질문하자, 온유는 "새로 도전했던 게 페스티벌 같은 대중분들이 많이 계신 부대다. 이전에는 팬분들이 운집해 있는 데서 공연 많이 했는데 새로운 분들에게도 제 목소리가, 제 노래가 들릴까 생각했다. 뭔가 따라 하기 쉬운 공연을 하고 싶어서, 따라 하기 쉬운 노래를 해서 이런 것도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던져본 노래"라고 설명했다.
다른 수록곡도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노래로 꾸렸는지를 두고 온유는 "이 회사로 오면서 '저는 공연이 제일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공연 위주의 트랙 리스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곡은 '포커스'(Focus)다. 온유는 "그 노래가 제 목소리로 심금을 울리는 건 아니다. '아, 이런 좋은 노래도 있구나' 생각할 수 있게 다른 소스로 다른 접근을 해 봤다"라고 소개했다.
'공연에 어울리는 곡'을 내는 것은 앞으로도 유지될 방향성인지 묻자, 온유는 "어떤 곡도 공연에 못 들어가는 곡은 없지만"이라고 말문을 연 후 그 당시에만 할 수 있는 곡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08년 나온 샤이니의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Replay)를 예로 든 그는 "지금 누나들은 가정도 있으실 수 있고, 약간 고런 상태니까 지금 누나를 찾는 것보다는 고 때 한 게 좀 더 예쁘지 않았나. 지금은 이 시기에 맞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걸 잘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해서 '플로우'라는 앨범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속사를 옮긴 것도, 앞으로 들려줄 음악의 방향성도 중심에는 '공연'이 있다. 이렇게까지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온유는 "제가 누군가의 공연을 보러 가는 길목에 떨렸고, 그날 아침의 기분이 다 너무 좋았다"라며 "제 공연에 놀러 오시는 분들이 진짜 제값 내고 오시지 않나. 잘 놀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만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플로우'를 프로듀싱하면서 얻은 것으로, 온유는 'T(이성적) 성향'을 들었다. 그는 "상상력을 누군가가 공감할 수 있게 실물 앨범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구나 했다. 조금 더, 조금 더 T가 됐달까. 원랜 너무 F(감성적)이었다"라고 웃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보면, "사실 얼마 안 된 것 같다"는 게 온유의 설명이다. 그는 "실물이 딱 나오니까 오류도 있겠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구나' 느꼈다. 이전에도 프로듀싱 생각 안 한 거 아니고 (작업에) 참여 안 해 본 것도 아닌데 크레딧에 '프로듀서'라고 쓰이니까 진짜 다른 것 같다. 책임감이 생겼다는 맥락"이라고 전했다.
'프로듀서'가 되어서는 어떤 모습을 가져가고 싶을까. 온유의 답은 "잘 들리는 가수"다. 이어 "제 매력 중 하나는 목소리다. 또 어떤 노래를 들으셔도 발음이 잘 들리는 거다"라며 "듣는 노래에 제 상상력이 더해질 때 그 시너지가 어마어마해지는 것 같다. 그런 걸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는 각오"라고 답했다. 여전히 목소리 칭찬은 반갑다고. 온유는 "'온유는 스피커를 찢어' 막 이런 거? '청량하다'도 있다. '라이브 잘한다'가 전 사실 좋다.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실 프로듀싱을 직접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오래 가지고 온 온유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는 "처음 곡을 뽑아서 제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한 다음 가사를 입히고 녹음하기까지 과정이 원래는 굉장히 쉽게 되는 거였는데, 제 생각이 하나하나 들어가야 하고 오류가 있으면 안 되고 어떤 거로 상상력을 풀어낼까 등이 다 중요한 거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곡에 쏟다 보니까, 저는 사실 곡이 좀 질린 거 같기도 하다. 많이 들어서. 이 곡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제가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또한 온유는 "제가 굉장히 걱정하고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들어주시는 분들이 '녹음은 되게 잘했네'라고 피드백해 주셔서 '노래는 잘할 수 있구나' 했다"라고 전했다.
앨범 만족도는 아직도 온유에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그는 "앨범 만들어 놓으니까 저에게는 다른 면만 보이는 것 같다"라며 "앨범 피드백을 녹이고 또 녹여서 앞으로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저 혼자, 제 욕심만을 가지고 노래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분들의 목소리도 함께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잘 들어서 잘 모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팬분들도 아마 이제 16년을 함께하셨으니까 결이 비슷하실 거예요. 제가 어떤 도전을 해도 '아, 또 색다른 모습이 있네?' 하고 예쁜 모습을 찾아봐 주셔서 정말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번에도 '너무 잘하고 있다'라고 말씀 많이 해주셔서 정말 더 기대할 수 있게, 어떻게 더 잘 만들까 고민해요. 제 손으로 하나하나 다 만든 앨범이 처음 나오는 거고, 요 다음에 나오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걸 내드려야 하는 게 가장 큰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