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검객' 권효경(23·홍성군청)이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은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권효경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여자 에페(스포츠등급 A) 결승에서 천위앤둥(중국)에 6대15로 패했다.
권효경은 이번 대회 개인전 플뢰레 8위, 사브르 12위에 그쳤지만 마지막 에페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권효경은 "사브르나 플뢰레 성적이 사실 아쉬웠다"며 "그냥 메달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이렇게 돼버렸다"고 씨익 웃었다. 이어 "상상도 못한 메달이어서 기분이 많이 좋다. 후회 없이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직후 마스크를 벗었을 땐 마치 금메달을 딴 선수처럼 얼굴이 밝았다. 그는 "지더라도 좀 홀가분하게 졌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권효경은 1996 애틀란타 대회(동메달)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또 은메달은 패럴림픽 에페 개인전 종목에서 한국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권효경은 "(기록에 대해) 전혀 몰랐다. 제가 이런 기록을 내다니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패럴림픽에 한 번 더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메달을 더 따고 싶어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경기에선 포인트를 딸 때마다 고음을 내지르며 의지를 다졌다. 권효경은 "사실 긴장을 풀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에게 기선제압을 하려고 했던 의도도 있다"며 "오늘은 조금 더 일부러 크게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인생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왼쪽 손목에 나비 타투를 그려 넣어 '나비 검객'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날은 부상이 있어 손목에 노란색 테이팅을 한 채 경기에 임했다.
권효경은 "금메달을 따고 싶어서 노란색 테이핑을 했는데 나비가 안 보인다"며 "다음에 꼭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권효경이 상대한 천위앤둥은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며 금메달을 가져갔다. 앞으로도 여러 국제대회에서 라이벌 구도를 그리며 권효경과의 결승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라이벌 의식이 있다기 보다는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상대방에게 '너도 한 만큼 보여줘. 나도 그만큼 다 보여줄 테니까'라는 마음으로 게임을 뛰는 것 같다. 라이벌로 생각하면 긴장을 된다"고 말했다.
오는 7일 에페 단체전을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는 권효경은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 숙소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