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송곳검증' 예고…'文·특검' 맞물려 꼬이는 정국

민주, 정부 연금개혁안에 "모두의 연금액 감소, 모두의 노후소득 보장 불안"
박주민 "與, '모수개혁 먼저' 걷어찼다가 또다시 같은 주장…태도 확인 필요"
'특위 구성' 與 제안도 거절…"뭔가 내놓을 때마다 민주당이 따라갈 필요 없다"
특검 등 정쟁 '시간 문제' 상황…정책위의장 회동도 연기, 물꼬 틀 공간 부족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하며 정국이 한 번 더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기존에 여야가 공론화 조사까지 거쳐 협의하던 연금개혁안을 뒤집고 무리한 개혁안을 제시했다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3자 추천안'을 포함한 채 상병 특검법 발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와 전 사위 서모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여야 정쟁이 다시금 본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 간 의견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정부여당 주장 철저히 검증" 연금개혁안 불신 드러낸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5일 정부가 전날 내놓은 연금개혁안에 대해 "세대 간 형평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모두의 연금액을 감소시키고 모두의 노후소득 보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안"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모수개혁안은 21대 국회 연금특위의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고, 이른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연금 삭감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세대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를 일종의 '세대 갈라치기'로 규정하며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철저히 분석하고 검증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겨 구조개혁(기초연금과의 연계·통합,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과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함께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여야가 상당 부분 합의했던 모수개혁을 21대에서 처리하되, 구조개혁은 22대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결국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도 여야는 연금개혁 과제에 합의하지 못했고, 이를 위해 만들어졌던 특위 또한 활동을 종료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 내년 정기국회에서 1단계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 때 모수개혁을 먼저 하고 구조개혁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여당은 이를 걷어찼다가 또다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먼저 여당의 주장을 철저히 검증하고 태도를 확인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적 연금개혁안 발표에 대해 반발하면서, 동시에 여당의 태도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공세 나서는 민주…특검 둘러싼 정쟁 속, 연금개혁안 논의 '시계제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연금개혁을 위해선 국회가 정부안을 토대로 합의안을 도출한 뒤,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는 개혁안 주요 내용은 물론 논의 담당 주체에서부터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국의 뇌관인 채 상병 특검법과 함께 문 전 대통령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두고 정쟁도 예고된 상황이다.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회 상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즉각 출범시켜 논의를 신속하게 추진하자면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를 아우르는 여야정 협의체도 제안했다. 하지만 박 복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모수개혁은 사실 특위가 아니라 복지위에서 논의할 내용이다. 어떤 상임위를 더 붙이면 좋다는 말인가"라며 "특위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협의기구 구성에서부터 난관이 예고된 셈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또다른 속내도 있다. 이미 21대 국회 당시 특위를 세워 논의하던 연금개혁안을 정부여당이 뒤집고 새로운 안을 낸 상황인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호응하기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고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기류가 존재한다.

한 민주당 복지위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국회와 시민들이 심도 깊게 토론하고 논의해서 만든 연금개혁안을 대통령이 무시한 일은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을 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뭔가를 내놓을 때마다 민주당이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복지위원도 "개혁안이 나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고 대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윤창원 기자

여야의 정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연금개혁 논의의 걸림돌이다. 지난 3일 야5당은 4번째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고, 다음 날(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지난달 발의된 3번째 특검법이 법안소위로 회부됐다. 이날 여당은 야당이 4번째 특검법을 3번째 특검법과 병합 심사해 숙려 기간을 생략하기 위해 법안 상정을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빌런(악당)"이라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도 "국회법상 위원회 의결로도 법안 숙려기간을 생략할 수 있다"며 "국회법에 없는 것을 했을 때 꼼수라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를 고리로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당 지도부가 전면 대응에 나서는 등 여야 대결이 다시금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지난 1일 당 대표 회담을 계기로 꾸리기로 한 '공통공약 협의기구'가 그나마 '협치'를 위한 창구로 꼽히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협의기구를 위해 6일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김상훈·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회동이 이날 전격 연기되면서, 당분간 여야의 연금개혁 논의는 공전(公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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