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출발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에 실점 위기까지 내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전 전반전을 0 대 0으로 마쳤다. 공격진에서는 골 찬스를 거의 만들지 못했고, 선수들은 패스미스를 연발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 탓에 팔레스타인에 실점 위기까지 맞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경기 시작부터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전반 4분 김영권(울산 HD)의 패스 실수로 팔레스타인에 역습을 내준 데 이어, 전반 20분 이재성(마인츠)의 패스 미스 때는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수습하다 경고를 받고 말았다.
전반 27분에는 팔레스타인이 한국의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팔레스타인은 크로스 이후 2번의 헤더를 통해 조현우(울산)가 지키는 한국의 골문을 뚫었다. 하지만 부심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며 대표팀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한국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특히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선임하며 강조했던 '라볼피아나' 전술, 비대칭 빌드업은 한 순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임생 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 선임 이유 중 하나로 '전술'을 꼽았다. 이 이사는 "빌드업 시 라볼피아나 형태로 운영을 하고 비대칭 백3 변형을 활용해 상대 뒷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한다"며 "상대의 장점을 잘 살려 라인 브레이킹을 하는 모습이 있다"고 평가했다.
라볼피아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이용해 빌드업을 구사하는 전술이다. 이날 대표팀 선발 라인업에 든 한국 선수들 중 이 전술과 관련된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울산), 황인범, 이재성과 중앙 수비에 선 김영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다.
하지만 이임생 이사가 극찬했던 '홍명보식 라볼피아나'는 없었다. 뚜렷한 전술은 보이지 않았고, 선수들이 개인 능력으로만 무리하게 상대 수비진을 뚫으려 애쓰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