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원' 들인 속초 영랑호 부교 철거…지역사회 '찬반 논란' 여전

법원의 조정에 따라 철거 수순에 들어간 속초 영랑호 부교. 전영래 기자

강원 속초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영랑호에 설치한 부교가 최근 법원의 조정으로 철거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이어지며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영랑호 인근 상인들로 구성된 영리단길번영회는 지난 4일 속초시의회를 방문해 "영랑호 부교를 설치할때도 시민 혈세가 들어갔고 철거하는 데 또 들어간다. 설치 이후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 몇 년 지나지 않아 철거하는 게 말이 되냐"며 "시의원들께서 사업예산을 승인했던 만큼 속초시민들을 위해 철거가 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과 의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동안 낙후된 북부권에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부교를 철거하는 것은 인근 상인들은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4일 속초시의회를 방문해 영랑호 부교 철거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영리단길번영회 회원들. 독자 제공

반면 영랑호 부교 설치 사업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펼쳐왔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지난 2일부터 속초시청 앞에서 조속한 부교 철거 비용 예산 반영을 위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김성미 사무국장은 "법원에서도 법적이나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철거하라고 한 것 아니겠냐"며 "철거와 관련해 날짜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속히 이행할 것을 시에 촉구하고 있다. 철거 비용을 예산에 반영할 때까지 피켓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지난 달 "영랑호의 수질 및 생태계 환경의 회복을 위해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으로 설치된 부교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라"는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속초시와 지역 환경단체 양측이 별 다른 이의 제기 없이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같은 달 20일자로 법원의 결정이 확정됐다.

속초시청 앞에서 영랑호 부교의 신속한 철거를 요구하며 피케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제공

영랑호 부교는 지난 2021년 속초시가 낙후된 북부권 관광을 활성화시키겠다며 사업비 26억 원을 들여 길이 400m의 부교를 설치해 영랑호를 가로지르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사업 초기부터 "호수 생태와 환경의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며 절차적 하자 등을 이유로 사업 무효를 내용으로 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양측은 철거 여부를 놓고 협의를 벌여 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갈등만 지속되면서 결국 법원이 강제 조정을 통해 철거를 결정했다.

법원의 조정에 따라 속초시는 영랑호 부교 철거 비용 산정을 위한 용역에 나서는 등 철거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역주민들과 함께 시의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속초시의회 염하나 의원은 "영랑호 부교 철거와 관련해 대다수 시의원들이 궁극적으로 철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랑호 부교에 대해 법원의 철거 결정이 났지만 기한이 없는 데다 시의회 동의 없이는 철거가 불가능해 영랑호 부교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영랑호를 가로질러 설치한 부교를 기준으로 한쪽은 꽁꽁 얼고, 반대쪽은 얼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모습.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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