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예린 "사랑해서 시작한 일, 미워해도 싫어할 순 없어요"[EN:터뷰]

4일 저녁 6시 세 번째 미니앨범 '리라이트'를 발매한 가수 예린.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러분 9월 4일 ♥예린♥ 컴백합니다 많관부'

1년 만에 새로운 미니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예린의 소속사 빌엔터테인먼트 건물 창문에 붙어 있던 문구다. 9월 4일 컴백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2~3개월에 한 번씩 신곡으로 활동하거나, 아예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1년 내내 활동하는 그룹도 있는 상황에서 '1년 공백기'는 좀 길었지만, 예린은 "열과 성을 다해"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

예린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엔터테인먼트 건물에서 미니 3집 '리라이트'(Rewrite)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전작과 비교해 성장한 점을 묻자, 그는 "(전에는) 약간 시키는 것만 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에는 제가 느끼기에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하면서 녹음도 하고 안무도 저에 맞게 제스처 취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답했다.

이전 앨범에서 '시티팝'이라는 장르를 처음 도전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면, 이번 '리라이트'는 "기존 예린이의 매력을 돋보일 수 있게, 더 강렬하게 멋있게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예린은 마법사로 변신해 망가진 물건을 고쳐준다는 설정이다.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힘과 치유를 드린다"는 각오다.

'힘과 치유를 준다'는 콘셉트를 듣고 어땠는지 묻자, 예린은 "남을 치유해 주기 전에 제 멘탈도 조금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본인이 멀쩡해야 남도 도울 힘이 생기지 않나. 제가 느끼기로는 저번 앨범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긴장도 많이 했다. 무대 서서 떨린 적이 없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떨리더라. 이걸 어떻게 보완하지 하다가 연습밖에 없는 거 같아서 진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번 무대를 보는 이들이 '행복'과 '미소'를 얻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예린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빌엔터테인먼트에서 미니 3집 '리라이트' 발매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은 '웨이비'(Wavy)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느낌의 댄스곡이다. 타이틀곡 후보 세 곡 중 가장 마음에 든 게 '웨이비'였다. 예린은 "저도 잘 만들 수 있을 거 같고 밝고 여름이랑 잘 맞는 곡인 것 같아서 선정됐다"라며 "통통 튀는 예린이의 색깔이 잘 담긴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마법사' 예린. 실제로 본인에게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은 없었을까. 예린은 "저번 앨범 하면서 부족한 걸 너무 많이 느껴서 그때 위로가 많이 필요했던 거 같다"라면서도 "저는 위로받는 성격이 아니다. '극복하자' 주의다. 피드백을 듣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예린은 "아! 저 위로(받고 싶었던 순간) 있었다. 생각났다"라며 뮤직비디오 촬영장 일화를 들려줬다. 이틀 동안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첫째 날에 커다란 유리병을 미는 장면에서 그만 유리병이 깨져 유리 조각이 팔목에 박혔다는 이야기였다. 상처 부위를 꿰맸고, 결국 군무 장면은 부목(팔다리 골절 및 염증이 있을 때 고정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는 나무)을 한 상태로 찍어야 했다.

예린은 "그때는 되게 우울했다. 뮤비인데… 안무 연습 다 했는데… 손목 쓰는 웨이브가 많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예린은 "촬영하다가 형광등 조명이 등에 또 떨어진 거다. 그때 서러워서 울었다"라며 "총 3번을 다쳤다. 그래서 위로를 받고 싶었다. '잘될 거야' '다치고 아픈 만큼 잘될 거야' 이런 말을 너무 듣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앨범 콘셉트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는 마법사다.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라이트' 앨범에는 타이틀곡 '웨이비'부터 '볕뉘'(SHINE) '펄미에이트'(Permeate) '세이브 미'(Save me) '원씽'(One Thing)(Feat. 김다연 of 케플러) '포유'(4U)까지 총 6곡이 실렸다. 이전 앨범보다 곡 수가 많아졌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질문하자, 예린은 "정말 솔직하게 회사 분들이 작년이랑 달라졌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회사분들도 저에 대한 다른 가능성들도 보고 싶어 했던 거 같다. 제가 이번에 느낀 게, 해 본 장르가 되게 많고 많이 소화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더 많은 장르가 있고 제 목소리로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자괴감도 느꼈다. 현실의 저를 많이 마주하면서 녹음 진행을 많이 했던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건 저의 생각"이라고 전제한 예린은 "저는 보컬적인 면에서 진성을 잘 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성은 약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항상 가성은 피하고 살았다. 이번에 수록곡 들으시면 숨소리 많이 쓰면서 녹음했다. '예린이가 이런 목소리가 있었어?' 하실 것 같다. 저도 '어, 내 목소리가 이렇게 나온다고?'를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예린이가 정말 자기 곡처럼 부른다'라는 반응을 듣고 싶다고.

그룹 여자친구(GFRIEND)로 데뷔해 오랫동안 팀 활동을 해 온 예린. 어느덧 세 번째 미니앨범을 내게 됐는데 '솔로 가수'라는 위치가 익숙해졌는지 질문이 나왔다. 예린은 "1집 때보단 훨씬 익숙해진 것 같다. 옛날에는 회사에서 이런 콘셉트고 이렇게 하면 돼, 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처음 준비할 때 속으로 되게 갈등이 많았다"라고 운을 뗐다.

예린은 이번 컴백을 위해 빨간머리로 변신했다.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회사가 (제게) 뭐가 더 좋은지 물으면 제가 선택을 못 하겠더라"라고 한 예린은 "제가 꼭 선택을 해야 솔로 앨범의 의미가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지금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수록곡 6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로, 예린은 '세이브 미'를 골랐다. 그는 "녹음할 때 힘들었던 노래다. 다 가성이라서 노래를 진짜 말하듯이 불러야 했다. 자괴감도 많이 왔지만 결과물 듣고 나서 저 스스로도 '어? 감동이야!' '정예린~' 이렇게 느낄 정도로 불렀다고 생각이 든다. 팬분들이 제일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세이브 미'는 그룹 케플러의 김다연이 피처링한 노래이기도 하다. 예린은 "랩도 잘해야 하지만 노래도 잘해야 하는 파트다. 다재다능한 분이 누가 있을까 하다가 다연 친구를 생각하게 돼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오케이(OK)해서 하게 됐다. 그 친구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지 않나. '만능'인 친구라고 생각해서 저야 너무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제일 예린답게 부른 노래가 무엇인지 묻자, 예린은 "마지막 트랙 '포유'다. 1시간 반~두 시간 만에 끝냈다. 기존에 제가 쓰던 창법이랑 되게 비슷하기도 했고 타이틀곡이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밝은 거 같다"라고 말했다. 순우리말로 된 제목의 '볕뉘'는 "제일 먼저 녹음한 곡"이자 "이어폰을 꽂고 듣는 느낌"이 나는 곡이다.

새 타이틀곡은 '웨이비'다.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법사가 되어 청자를 위로한다는 콘셉트의 '리라이트'. 이번 앨범을 노래하며 스스로 위로가 됐는지 질문에 예린은 "제가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중점을 뒀는데 이번에는 가사가 너무 예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이브 미' 작사가님은 성 안에 갇힌 공주 느낌을 의도하셨는데, 제가 그런 느낌으로 불렀다고 하시더라. '공주'라길래 기분이 되게 좋았다"라며 웃었다.

이전보다 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넓어진 것 같냐고 물으니, 예린은 "데뷔 10년 차인데도 나는 아직 성장 중이라고 느끼고 있다"라며 "어, 이거 헤드라인(제목) 좋지 않나. '난 아직 성장 중'"이라고 해 취재진에게 웃음을 유발했다.

앨범 만족도를 두고는 "만족도가 아주 좋다. 앨범이 너무 잘 나온 것 같고, 노래도 6곡 다 다양한 장르다. 어제 아침에도 순서대로 다 들어봤는데 너무 짜임새도 좋고 좋았다. 타이틀이 여름이랑 잘 맞는다면, 수록곡은 겨울에도 잘 맞을 수 있겠다 싶더라"라고 답했다.

인터뷰 초반부터 바로 직전 앨범인 '레디, 셋, 러브'(Ready, Set, LOVE) 활동에서 크게 부족함을 느꼈다고 여러 차례 밝힌 예린. '솔로 가수'로서 앞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예린은 "눈물 나올 것 같다"라며 걱정하더니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이내 "좀 예쁘게 우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환기했다.

이번 앨범에는 총 6곡의 신곡이 수록됐다.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예린은 "(지난 활동 때) 너무 못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다 보니 '하는 게 맞을까?'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자존감이 되게 낮아지기도 했고. 최근에 생일이어서 커버곡을 보여드렸는데 칭찬을 너무 많이 받은 거다. 행복했다. 앞으로도 더 멋지게, 보완할 건 보완할 거다. 저도 다양한 장르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완벽히 소화 못 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오는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더 노력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평소 본인의 기준이 높고 냉정한 편인지 묻자, 예린은 망설임 없이 "네. 많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못 하게 됐을 때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편이다. 그만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몇 배로 느끼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볼 만한 부분은 무엇일까. 예린은 "안 끊기고 앨범을 내는 점? 이것도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제 의지도 있으니까 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무대에 혼자 서는 걸 좀 무서워하는 성격이고, 아직도 어렵긴 하다. 행사 가서 혼자 말하는 게 어렵지만 나중에는 노련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아직 신인이다 보니 신인의 맛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가수 예린. 빌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가 봐도 솔로로서 많이 성공"하는 게 예린의 '큰 목표'다. 그는 "성공의 기준이 되게 어렵지만, 언젠가 1등을 해 보고 싶다. 가끔 상상한다. (1위를 해서) 마지막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할 수 있다. 말의 힘이 크다. 아무래도 1등을 한 거면 그만큼 대중분들이 제 노래를 사랑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비례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하나 있다. 예린은 "제 팬분들은 데뷔 초반에 입덕(팬이 됨)한 경우가 많은데, 팬 사인회 때 '최근에 입덕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 그렇게 좋더라. '나 아직 안 죽었다' 요런 느낌이 들어서. 많은 분들이 입덕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라고 씩씩하게 말을 이었다.
 
"(미니) 1집 내기 전에도 솔로 내야 할까 말까 고민 많이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제) 장점 많이 말해줘서 해 보면 어떻냐, 하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준비했을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너무 뿌듯하고 저를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보답해 드리고 싶기도 해요. 저의 성장을 보면서도 같이 행복해해 주시잖아요. 그런 모습을 지울 수 없는 거 같고요. (가수는) 저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제가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미워해도 싫어할 순 없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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