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권의 각종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대해 "너무 기계적, 일률적"이라며 "정말 효과적이면서도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론을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가계대출이 최근 몇 달 사이 급증하면서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올렸다가, 금감원장으로부터 '손쉬운 방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 직후 주담대는 물론 생활안정자금에, 마이너스통장 한도까지 낮추기등에 나섰다. 일부 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중단까지 발표해 대출을 걸어 잠갔다.
대출 수요자들의 원성은 높아졌다. 이른바 '대출런' 사태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 금감원장은 4일 가계부채 관례 실수요자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났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1주택자는 무조건 (대출이) 안된다는 등의 정책이 당국과 공감대가 있었냐 하면 없다는 쪽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런 예를 들었다. "주택이 하나 있지만 자녀를 지역 대학에 보내면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점이 있을 텐데 어떠한 경우에도 대출이 안된다는 건지…"
은행들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도대체 누가 실수요자란 말인가"라며 "각 지점 창구에서 일일이 사연을 들어보고 선별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구난방이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특히 금감원이 지난달 27일 5대 시중은행들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이미 은행들이 연초에 자체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했다고 수치까지 공개하며 페널티도 예고한 상황에서 다시 대출 문턱을 낮추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어렵다.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별로 하라면서도 실수요자 대출은 내주라고 하니 어느 장단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런 은행권의 혼란을 감안한 듯 은행장들과 만남을 예정했다. 그는 "추석 전 빠른 시일 내에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은행마다 상품 운용이 들쭉날쭉한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은행권 관리 강화 조치 전 대출 상담 및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 거래가 확인된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는데, 이미 주택 계약을 맺었거나 이사를 계획하며 자금조달을 알아보던 이들에 대해서는 '실수요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월평균 약 12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을 이 원장이 언급한 만큼, 은행들의 대출 공급 규모도 조만간 가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급작스러운 조치 자체가 나쁘고, 그렇다면 효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원하는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있고 억제 효과는 없는 건 아닌가라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은행권의 현재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