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별다른 '한 방' 없이 끝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이 이달 안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심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사탄핵 등을 추진하는 야권에 대한 대응과 수사 공정성 회복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김건희 여사 오빠와 동창…"전혀 모르는 사이"
3일 열린 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심 후보자와 고교 동창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오빠와의 친분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사전 인지 여부, 배우자 및 자녀의 금전 문제 등이었다.심 후보자는 김 여사의 오빠 김모씨와 서울 휘문고등학교 동창인 점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김 여사 오빠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며 "서로 연락한 일도 없고 연락처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주지검에서 문 전 대통령 뇌물죄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 심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이나 대검 차장을 지냈을 당시 관련 사전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수사 진행 중인 내용에 대해 (법무부) 차관으로 온 뒤 보고 받지 않았다"면서도 "대검찰청 차장 시절에는 보고를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20억원 대의 해외 주식을 보유한 것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독립해 각자 재산을 가지고 있어 제가 배우자한테 팔라 말라를 얘기할 순 없다"며 "걱정하시는 바가 없도록 배우자와 상의하겠다"고 전했다.
자녀가 서민 금융상품인 햇살론 대출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딸에게 돈을 보태줬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게 아니라 딸이 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한 것)"라며 "(딸이) 혼자 살면서 스스로 생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자란 돈에 대해 대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외 심 후보자의 동생 심우찬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카카오그룹으로 영입된 것에 대해서는 "동생은 사건과 관련 없는 감사 부서에 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충성 맹세를 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는 "모욕적이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한때 문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각의 검찰 수사를 두고 여야가 대리전을 펼치는 양상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두고 "자격도 되지 않는 사람을 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승진시켰더니 지금 (문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제2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라며 "지금 전주지검장(박영진 검사장)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사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심 후보자는 "검찰 내 '사단'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특혜 채용 의혹은 너무나 사실 관계가 명백하다"며 "2018년 3월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되고 전 사위가 그해 7월 전혀 전문성이 없는데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됐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딸 가족이 독립 생계를 이뤘는지 경제 공동체인지 정도가 남았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도 "사건이 접수된 지 4년이나 됐으니 빨리 결론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김 여사 명품백 사건 수사에 관해서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최재영 목사가 건넨 선물을 두고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를 비판하면서 "대통령 업무와 관련해 (김 여사가) 금품을 수수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직전 영부인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진다는 얘기가 안 들리지만 김 여사는 엄정한 수사를 받았다"고 받아쳤다.
'검사탄핵' 대응·중립성 논란 등 과제 산적
인사청문회에서 심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 의혹 제기가 나오지 않으면서 검찰총장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검찰총장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16일 전후로 윤 대통령이 임명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심 후보자가 향후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심 후보자 스스로도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검찰의 신뢰 회복'을 꼽았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다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회복도 주요 과제다. 청문회 내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야당의 공격이 빗발쳤다. 당장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분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달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이뤄지면, 검찰은 김 여사의 처리 방향을 정해야 한다.
야권이 추진하는 검사탄핵과 검찰개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사기가 저하된 조직을 안정시키고 다독이는 숙제도 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심 후보자는 그간 좌우 정권에서 두루 중용돼 국회와의 소통에 능하고, 조직 안정과 관리 면에서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이며 성품도 훌륭해 선·후배들 사이 평가가 좋다"며 "검찰 내 요직을 다양하게 거쳤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조직을 장악하고 인정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