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파면 여부를 가릴 탄핵 심판 절차를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른바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적법한지를 두고 공방이 오간 가운데 재판부는 국회 측에 탄핵 소추 사유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헌법재판소는 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방통위가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적법한지에 대한 국회 측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측의 공방이 오갔다.
소추위원인 국회 측은 이 위원장이 지난 7월 31일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김태규 상임이사와 함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회 측은 "심의·의결에 맞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추천하고, 임명한 (상임위원) 2인만으로 (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데 대한 위법성이 핵심 안건"이라고 했다. 또 방문진 야권 이사 등이 이 위원장에 대해 제출한 기피신청을 방통위가 각하한 것에 대해서도 위법성을 따지겠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다만, 위원장은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다만 의결을 위해 재적위원 몇 명이 필요한지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국회 측은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로 위원장이 위원회를 소집한다'는 규정을 들어 이는 일부 위원의 임명 지연이나 결원을 감안하더라도 의결을 위해서는 위원장 포함, 최소 상임위원 3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의 속성상 5인의 상임위원 중 최소 3인 이상의 찬성 없이 이뤄진 의결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 측은 "방통위법과 관련 법규에 따라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의) 적법하게 심의하고, 의결했다"며 "적법절차였으므로 탄핵소추를 기각해달라"고 했다. 이어 "현재 방통위 구성은 5인으로 돼 있지만 두 명만 임명돼 두 명이 의결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각하 부분에 대해서도 합의제 행정 기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기피 신청권 남용으로 당연히 각하돼야 하는 것이고, 이후 절차도 적법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국회 측에 탄핵 소추 사유를 명확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청구인 측 소추 사유가 명확히 정리돼야 할 것 같다"며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측은 "과정 자체의 위법성을 다 따지려면 내용을 알아야 한다"며 "문서제출명령을 통해서 현출된 자료를 가지고 구체화하겠다"고 답했다.
헌재는 다음 달 8일 변론 준비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소추 의결서에는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 및 임명 안건을 의결한 것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기피 신청에도 이 위원장이 의결 과정에 참여해 기각한 것 등이 탄핵 사유로 담겼다. 과거 MBC 재직 당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기자들을 징계하는 데 동참했다는 의혹에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스스로 회피하지 않은 것도 탄핵 사유 중 하나다.